‘타파’ 올해 태풍 중 가장 큰 피해 제주783mm 등 남부에 ‘물폭탄’ 집중 시설물 1733건-농경지 3249ha 피해… 안전사고 포함 3명 숨지고 31명 다쳐
23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농지에서 강풍에 쓰러진 벼를 복구하려는 농민이 논의 물을 빼고 있다. 제17호 태풍 ‘타파’가 동반한 폭우와 강풍으로 여의도 면적(290ha)의 11배가 넘는 농경지 3249ha가 물에 잠겼다. 울주=뉴스1
23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장동리 강두석 이장(65)은 제17호 태풍 ‘타파(TAPAH)’의 직격탄을 맞은 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이장은 “추석 전에 급습한 태풍 ‘링링’은 강한 바람을 동반해 벼가 많이 쓰러졌고 타파는 많은 비를 뿌렸다”고 말했다. 그는 링링에 쓰러진 벼가 타파의 폭우에 잠겼다고 하소연했다. 강 이장은 장동리 7만 m²의 논에서 벼를 재배하는데 절반 정도가 태풍 피해를 입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일 오후 4시 현재 태풍 타파로 중상자 2명을 포함해 3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태풍이 대한해협을 통과하며 제주, 울산 등 남부지방엔 ‘물 폭탄’이 집중됐다. 이날 오후 3시 누적 강수량은 제주 어리목이 783.5mm로 가장 많았고 제주 성판악 572.5mm, 울산 매곡 345.5mm, 포항 구룡포 306.5mm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에서 1만571채를 비롯해 전국에서 2만7787채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제주시 건입동 일부 지역은 한때 물이 끊겼다. 경남 김해시 서상동의 한 숙박업소 인근 담장이 무너져 행인 2명이 다치는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남해군과 사천시, 합천군, 하동군 등에서 가로수가 쓰러지고 건물 침수, 간판 추락, 신호등 고장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사망자 3명이 발생했지만 공식 피해 집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21일 부산 부산진구에서 노후 가옥이 무너져 잔해에 깔려 숨진 70대 여성과 울산 울주군 온산항에서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다 쓰러져 숨진 60대 남성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 인근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추락한 시외버스 사고의 희생자도 집계에서 빠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태풍이 아닌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집계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의도 면적(290ha)의 11배가 넘는 농경지 3249ha가 물에 잠겼다. 경남 거제시와 고성군, 거창군, 하동군 등에선 쓰러진 벼가 많았다. 경남에선 작물이 쓰러진 면적이 160ha로 추산됐으나 현장 조사가 진행되면 500ha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과 주산지인 밀양에서는 낙과 등의 피해가 300ha에서 발생했다.
전남 여수시 양식어가 41곳도 시설 파손 등 큰 재산 피해를 입었다. 여수시 남면 화태도 우럭 양식장 16곳은 시설이 완전히 파손되거나 일부가 부서졌다. 박민호 화태도 어촌계장은 “22일 태풍 타파가 밀어닥칠 때 3m 이상 높이의 파도가 일었다. 적조도 이겨내고 가을철 출하를 앞두고 있는데 피해를 입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어선 11척이 좌초하거나 표류했고 제주 화북항 등에서는 계류하던 레저용 보트 10대가 침수됐다.
나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부산=강성명 / 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