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미옥]C형간염 퇴치, 조기검진에 달렸다

전남 구례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에 걸쳐 대한간학회, 한국간재단과 함께 국내 최초 민간 주도로 ‘C형간염 없는 청정구례 만들기-C형간염 검진 및 치료 지원 사업’을 펼쳤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사업으로 지역단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를 하고 확진자에게는 치료를 지원했다. 감염원을 원천적으로 없애 C형간염을 퇴치하자는 취지였다.

C형간염은 감염 환자 중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할 정도로 만성화 위험이 크다. 간경변증과 국내 암 사망 원인 2위인 간암, 그리고 간 이식을 요하는 주요 질병 등의 원인일 만큼 위중하고 치명적이다.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환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해 감염원이 자신도 모르게 가족이나 이웃에게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제3군 법정감염병이다. 이 때문에 환자를 찾아내 완치시켜 감염을 차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5년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방송과 뉴스를 통해 알려졌지만 아직도 국민 대부분은 C형간염에 대해 잘 모르고 검진 경험도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구례군처럼 의료접근성이 취약한 지방에서는 C형간염이라는 이름조차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이 질병에 대한 정보나 검진, 감염 방지 등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구례군은 노인인구 비율이 높고 C형간염 호발(好發)연령대인 만 40∼79세가 53%로 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다. 섬진강 유역의 민물고기 섭취로 인한 여러 간 질환 위험도 큰 지역이다.

지난해 10월 구례군은 대한간학회, 한국간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만 40∼79세 군민 약 4200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 환자는 자신의 감염 여부를 몰랐고 자각 증상도 없었다. 8∼12주간 C형간염 치료에 전념한 결과 이들 가운데 16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 결과 올 7월에는 ‘C형간염 없는 청정 구례’를 선포할 수 있었다.

이번 사업은 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C형간염을 퇴치한 모범사례다. 민간의 보건 관련 기관들과 협력체계를 이뤘고 ‘청정 구례’를 위한 군과 실무자들이 사업 추진을 위한 의지를 보였으며 거기서 드러난 사명감은 사업 성공에 주요 역할을 했다.

다만 기초단체의 보건의료원 단위로 시행되는 사업의 특성상 한계도 있었다. 정해진 사업기간에 맞춰 전문 채혈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인력 수급과 검진 독려를 위한 주민 대상 집중 홍보 및 안내를 비롯해 사업 전반의 시스템 구축과 실행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다. 실제로 실무 직원들은 초과 근무를 해야 했고 추가 인력이 지원됐다.

필자는 감염병관리부서를 이끌며 C형간염은 물론 감염 질환에 관련된 여러 연구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에 무증상 잠재 환자가 약 23만 명에 달하는 C형간염은 검진 기회를 조기에 얻어 감염 여부를 진단하면 의료비 절약과 더불어 사망 위험 같은 질병 부담도 비용 면에서 낮출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구례군의 C형간염 사업을 통해 깨달은 ‘C형간염 조기 검진 및 치료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구례군이 이번 사업으로 얻은 경험들이 2030년 우리나라가 C형간염 없는 청정 국가로 거듭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C형간염 예방과 관리의 시작은 곧 검진이기 때문이다.


양미옥 전남 구례군 보건의료원 감염병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