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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질환 재발 막아야 ‘혈관성 치매’ 예방

입력 | 2019-09-25 03:00:00

심뇌혈관질환<8>혈관성 치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 오던 사람이 후천적으로 기억장애를 포함한 여러 인지기능이 저하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령에서 단지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치매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나이가 들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뇌혈관질환, 뇌수두증, 뇌종양, 대사성질환, 내분비질환, 감염성질환, 중독성질환, 유전성질환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원인은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질환(혈관성 치매)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의 문제로 뇌 조직이 손상돼 발생하는 치매다. 우리나라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다음으로 발병률이 높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큰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경우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반복적으로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작은 뇌졸중이 발생하면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악화돼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작은 뇌혈관이 좁아져도 문제가 된다. 혈액공급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면서 넓은 부위의 뇌 조직에 만성적으로 허혈성 손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혈관성 치매 증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기억력 저하다. 이 밖에 언어기능 저하, 전두엽·집행기능 저하 등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보처리능력이 느려지기도 한다.

우울감과 의욕저하는 혈관성 치매가 우리 뇌 중 가장 큰 전두엽에 손상을 일으켜서 기능을 감소시킨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와는 다르게 계단식으로 증상이 유지되다가 갑자기 진행하는 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혈관성 치매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첫째,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병력을 조사하고 자세한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뇌졸중에 의한 국소 신경학적 징후의 유무를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의 구조적인 이상을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에 의한 인지장애 원인이 있는지를 감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이와 학력, 성별을 바탕으로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해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기능 저하 여부를 최종 확인한 후 진단을 하게 된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약 30%는 알츠하이머병이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비교적 쉽게 알츠하이머병의 동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이다. 완화를 위한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뇌경색을 진단받았던 환자라면 아스피린 등의 항혈전제를 복용하고 뇌혈관질환의 재발을 막는 것이 혈관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지기능개선제나 은행잎제제가 증상의 회복에 일부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 조절과 예방적 치료가 더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상시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과음이나 흡연을 삼가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일주일에 4∼5번 이상, 하루에 4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 혈관성 치매 관리 Q&A “치매보다 심뇌혈관질환 합병증이 더 무서워”

―치매는 약이 없다고 하는데 혈관성 치매는 치료할 수 있나.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 현재까지 많은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증상 조절에 효과를 보이는 일부 약물을 제외하고는 병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 임상시험은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심뇌혈관질환 합병증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 치매 자체보다는 심뇌혈관질환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예방이 필요하다.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혼합돼 발생할 경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