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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 “지구 온난화와 계속 싸울 것”…트럼프 저격

입력 | 2019-09-24 15:01:00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 없이도)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인류의 공동 목표”라며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일부 국가가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의 파리협약 탈퇴는 국제사회의 집단적 의지도 국제 협력의 역사적 공조도 거스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왕이 부장은 이어 “파리협약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다자주의를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정에 없던 회의장을 찾았다. 하지만 15분 가량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을 들은 뒤 자리를 떴기 때문에 왕이 부장의 연설을 직접 듣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에 대해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가려고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입장을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 이로써 미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회원국 중 파리협약에 불참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트럼프 정부에 쓴소리를 던진 왕이 부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언급하면서 개발 위주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신실크로드)를 방법론으로 제시한데다, 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파리협약보다 10년이나 늦춘 2030년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 12월12일 UNFCCC 당사국총회(COP21) 195개 협약 당사국은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위한 파리협약을 채택했다. 당사국들은 협정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이 협약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보편적인 첫 기후합의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만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에 부여하려던 국제법상의 구속력은 결국 빠졌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