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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2022년에 완성차 자율주행 기술 시범운행…2024년 본격 양산”

입력 | 2019-09-24 16:09:00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율주행 기술은 ‘타스(TaaS·Transportation-as-a-Service·서비스로서의 교통) 시대’의 핵심입니다.”

미국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제품과 모빌리티(이동) 서비스가 융합하는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변신하기 위한 ‘자율주행 기술’ 구상을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자율주행은 보수적으로 봐서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며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리고, 팔로알토(미 실리콘밸리)는 빠를 것이며 우리는 중간쯤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약 2조3800억 원)가 투자된 미국 앱티브(ATIV)와 자율주행 합작회사 설립 본 계약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크루즈와 함께 3대 회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나눠 갖는다. 정 부회장은 합작법인 형태로 투자한 이유에 대해 “그래야 다른 자동차 회사에 공급이 가능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자율주행 2~3단계 수준의 기술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합작회사를 통해 레벨 4단계(운전자 개입 없이 주변 상황에 맞춰 주행) 이상의 순수 자율주행 기술을 집중 개발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2022년 말 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 자율주행 차를 본격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레벨 4단계 이상 기술은 합작회사와 인력 파견·지적재산권 공유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로드맵’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가 2020년 이후 계속 성장해 멀지 않은 시기에 전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할 것”라면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전력소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현재의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가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가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기 전까지 ‘음성’ 기술이 중요하다”며 손가락 조작보다 음성 명령 기술이 당분간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하늘이 지상보다 장애물이 없어 자율주행에 더 적합하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드라이빙 에어플레인’과 같은 비행 자동차가 레벨 5의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최근 중국 시장 부진 등 세계 자동차 시장 둔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생산목표(760만 대)를 밑도는 740만 대를 생산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올해와 내년 생산은 중국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 시장은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우리도 공장을 하나씩 줄였지만 워낙 큰 시장이라 곧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흥시장은 인도가 있지만 아프리카 지역이 향후 커질 것”이라며 “일본 브랜드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25%만 차지한다고 해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갈등에 대해 “일부 화학 소재가 문제인데 구매처를 다양화, 안정화하고 있다”며 “양국 경제 관계가 정상적으로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뉴욕=박용 특파 원parky@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