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때문에…치매노인 때려 숨지게 한 20대 조현병 환자 징역 3년

사진=동아일보DB

같은 병실에 입원한 치매환자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병 환자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지난 1월 28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A 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씨(29)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형량을 올리는 것도 생각했지만, 양 씨가 지나친 반응과 행동을 보인 것은 평소 정신질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양 씨가 A 씨 치료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1200만 원가량을 대위 변제하고 유족 앞으로 1800만 원을 공탁하며 피해복구를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 씨는 지난 2013년 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아왔지만, 불규칙한 복약 습관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해 해당 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당시 A 씨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로 치매를 앓고 있었다.

사건 당일 오후 양 씨는 A 씨가 본인의 컵라면을 허락 없이 먹고도 웃으면서 자신에게 “라면 먹어 볼래”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A 씨의 안면과 복부를 때린 뒤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밟았다.

그 자리에서 쓰러진 A 씨는 약 한 달 뒤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폐렴, 패혈증, 다발성장기부전, 심폐부전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와 관련, 1심은 “폭행과 상해 정도가 매우 중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적절한 사과와 보상도 이뤄지지 않아 양씨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양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범행이 양 씨의 정신질환 때문에 우발적·충동적으로 발생하게 된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양 씨 측과 검찰은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