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적응을 마친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가 연일 장거리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파워 히터’로서의 장점을 과시하고 있다. 일발 장타로 팀의 가을무대 진출에 일조한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100%, 최선의 노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동아DB
KBO리그에 대한 적응은 모두 끝났다. LG 트윈스 카를로스 페게로(32)는 자신의 힘찬 풀스윙처럼 잔여시즌을 100%의 노력으로 꽉 채워낼 생각이다.
엄청난 괴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24일까지 치른 9월 16경기서 해당 기간 최다 6홈런을 몰아쳤다. 페게로가 쏘아 올리는 홈런의 가치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페게로가 홈런을 치는 날마다 팀도 함께 승리를 쓸어 담아서다. 페게로는 7월 중순 토미 조셉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뒤 9홈런을 때려냈는데 해당 경기에서 LG는 모조리 승리를 챙겼다. 오래도록 외인 잔혹사, 장타 갈증에 시달려온 LG에게 페게로는 그야말로 ‘복덩이’나 다름이 없다.
‘파워 히터’로서의 장점이 철저히 발휘되고 있다. 번번이 장외로 뻗어나가는 대형 아치를 그려내는가 하면 시속 150㎞ 이상의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데 있어서도 리그 1인자로 꼽힌다. 여기에 뛰어난 적응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LG에 합류한 이후로 줄곧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에 약점을 노출했으나 최근 이 부분을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모습이다. 22일 두산 베어스전서도 파울로 이어지거나 헛스윙 비율이 높았던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해 결승 3점 홈런을 때려냈다. 덕분에 삼진으로 물러나는 타석도 부쩍 줄었다.
힘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페게로는 여느 타자들과 비교해 무게가 더 나가는 920g짜리 방망이를 쓴다. LG 내에서는 김현수, 이천웅, 채은성, 이형종 등이 870~890g 정도의 배트를 든다. 이형종도 “페게로는 힘이 좋으니 방망이부터 다르다. 무게도 그렇지만 배트의 길이도 길다”며 “보편적인 타자들의 경우 연습 때는 쓸 수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쉽게 들고 칠 수 있는 방망이가 아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페게로는 “사실 최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한결 가벼운 방망이를 쓰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동료들이 내가 얼마나 무거운 배트를 쓰고 있는지도 안다. 나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해줘 고맙다. 좋은 동료들 덕분에 이곳에서의 생활이 정말 즐겁다”고 미소 지었다.
가을 야구를 향한 기대감과 책임감도 무르익고 있다. 특히 4위에 올라있는 LG는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해둔 상태다. 페게로는 “내가 할 수 있는 100%, 최선의 노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는 실수를 줄이고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