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보일러실서 ‘펑’과 함께 불길… 병원 건물 전체로 유독가스 퍼져 입원 환자 132명 대부분 거동 불편… 전기점검 단전으로 대피방송 못해 사망 2명-중태 8명은 모두 중환자실서 구조 기다리다 질식 경찰, 보일러실 작업 직원들 조사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 4층에 있는 보일러실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이 보일러실 안의 자재와 벽면을 태우면서 유독가스가 퍼져 나왔다. 불길은 보일러실 바깥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유독가스는 삽시간에 4층 전체로 퍼졌다.
화재 발생 당시 병원은 전기와 물이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병원이 입주한 건물 전체에 대해 물과 전기를 끊은 채 안전점검을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탈출로인 병원 복도는 어두웠다. 비상발전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폭발음과 비상 경보음을 듣고 병실 밖으로 나온 일부 간병인들은 환자들과 복도에서 뒤엉켰다.
24일 경기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환자들이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환자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왼쪽 사진). 병원 주차장에 대피한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포=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이날 보일러실 안에서 작업하던 병원 직원들이 실수로 불을 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 병원 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전후로 보일러실 안에 있는 산소탱크 4대의 밸브를 손으로 잡아 돌려 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보일러실에서 일했던 직원으로부터 “전기가 끊겨도 환자들이 산소호흡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산소탱크 밸브를 교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꽃이 튀었고 보일러실 전체로 번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보일러실 문은 불길과 연기를 막을 수 있는 방화문으로 보이는데 병원 관계자가 불이 난 후 이 문을 닫고 나왔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병실과 복도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전기와 물이 끊겼다고 하더라도 스프링클러는 작동해야 한다”며 “스프링클러 자체에 이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간 매년 두 차례 진행된 소방 점검에서 매번 ‘스프링클러 불량’ 통보를 받았다. 병원 측은 통보를 받을 때마다 스프링클러를 수리했는데 불이 난 24일엔 작동하지 않았다.
김포=고도예 yea@donga.com / 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