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힘든 노인들 휠체어 태워 옮겨 몸 사리지 않는 구조로 피해 줄여 한 사람이 10명 넘게 구하기도
24일 화재가 난 경기 김포요양병원에서는 물리치료사와 요양사, 간병인 등 병원 근무자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김포요양병원의 물리치료사 김모 씨(50)는 이날 오전 9시 3분경 병원 4층에서 ‘펑’ 하는 폭발음을 듣고 화들짝 놀라 복도 쪽을 내다봤다. 소방당국이 발화 지점으로 추정하고 있는 보일러실과 김 씨가 일하는 물리치료실이 같은 4층에 있다. 불이 났다는 것을 안 김 씨는 물리치료실 앞 복도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보일러실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병원시설 전기안전 점검 때문에 전기가 끊긴 데다 복도에 연기까지 차기 시작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복도 끝에 있는 보일러실까지 접근하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한 김 씨는 4층에 있는 각 병실 문을 두드리며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고는 물에 적신 독감 마스크로 환자들의 코와 입을 감싼 채 병원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날 김 씨가 구조한 환자는 10명이 넘는다.
병원 요양사 윤인숙 씨(64·여)도 혼자서는 거동이 힘든 환자를 병원 밖으로 대피시키는 등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 6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던 4층의 206호 병실에서 일하던 윤 씨는 ‘펑’ 소리와 함께 복도에 검은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환자 한 명을 휠체어에 급히 태운 뒤 1층으로 내려갔다. 윤 씨는 이 환자를 건물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시킨 뒤 다시 4층으로 향했다. 그사이 연기가 더 많이 차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윤 씨는 건물 벽을 더듬어가면서 환자 한 명을 더 구조했다. 윤 씨는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하겠지만 (대피시킨) 어르신들이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포=김은지 eunji@donga.com·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