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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한명이라도 더…” 시커먼 연기 뚫고 대피시킨 요양사 -간병인

입력 | 2019-09-25 03:00:00

거동 힘든 노인들 휠체어 태워 옮겨 몸 사리지 않는 구조로 피해 줄여
한 사람이 10명 넘게 구하기도




24일 화재가 난 경기 김포요양병원에서는 물리치료사와 요양사, 간병인 등 병원 근무자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김포요양병원의 물리치료사 김모 씨(50)는 이날 오전 9시 3분경 병원 4층에서 ‘펑’ 하는 폭발음을 듣고 화들짝 놀라 복도 쪽을 내다봤다. 소방당국이 발화 지점으로 추정하고 있는 보일러실과 김 씨가 일하는 물리치료실이 같은 4층에 있다. 불이 났다는 것을 안 김 씨는 물리치료실 앞 복도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보일러실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병원시설 전기안전 점검 때문에 전기가 끊긴 데다 복도에 연기까지 차기 시작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복도 끝에 있는 보일러실까지 접근하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한 김 씨는 4층에 있는 각 병실 문을 두드리며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고는 물에 적신 독감 마스크로 환자들의 코와 입을 감싼 채 병원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날 김 씨가 구조한 환자는 10명이 넘는다.

병원 요양사 윤인숙 씨(64·여)도 혼자서는 거동이 힘든 환자를 병원 밖으로 대피시키는 등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 6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던 4층의 206호 병실에서 일하던 윤 씨는 ‘펑’ 소리와 함께 복도에 검은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환자 한 명을 휠체어에 급히 태운 뒤 1층으로 내려갔다. 윤 씨는 이 환자를 건물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시킨 뒤 다시 4층으로 향했다. 그사이 연기가 더 많이 차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윤 씨는 건물 벽을 더듬어가면서 환자 한 명을 더 구조했다. 윤 씨는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하겠지만 (대피시킨) 어르신들이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화재가 시작된 보일러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4층의 230호 병실 간병인 박경숙 씨(71·여)는 병실 문틈으로 검은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환자들의 입과 코를 휴지로 덮었다. 이 병실엔 거동이 불편한 5명의 환자가 있었다. 박 씨는 창가 쪽 병상에 누워 있던 여성 환자에게는 창문을 열어 주며 “바깥 공기를 마시고 있어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씨는 병실 안이 연기로 점점 차오르자 서둘러 할머니 한 명을 휠체어에 태워 건물 밖으로 벗어났다. 박 씨는 “혼자 몸을 가눌 수 있는 할머니 한 사람만 데리고 병실을 나왔다”며 “나머지 할머니들의 생사를 혹시 알고 있느냐”고 반복해 물었다.

김포=김은지 eunji@donga.com·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