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文대통령과 비핵화 논의
23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리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좌진을 대동한 가운데 한미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숙소로 찾아와 북한 비핵화 진전 및 한미 동맹 강화, 무역 등에 관해 65분간 회담했다. 뉴욕=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보고 싶다”며 “우리는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방안을 가져와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이 알다시피 지금까지 제재가 완화된 것은 없고, 계속 강화돼 왔을 뿐”이라며 먼저 대북 제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합의를 볼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며 네 차례나 “무슨 일이 이어날지 지켜보자(we will see)”고 말했다. “we will see”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등 핵심 이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특유의 표현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곧 일어날 수 있다(it could happen soon)”며 사뭇 다른 톤으로 말했었다. 회담에서 기자들과 홀로 17번의 문답을 주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기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을 가로채며 “그에 대해 들여다보고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비핵화와 관련해 밝힌 ‘새로운 방법(new method)’과 관련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말한 뒤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선 북한이 요구해온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제재 완화 대신 종전선언 등 체제 안전 보장 카드를 중심으로 비핵화 테이블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솔직히 김정은은 그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을 중심으로 북-미가 새로운 비핵화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후 종전선언을 핵심 카드로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뉴욕=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