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위기론’을 내놓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4일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L자형 경기침체’라고 진단했다. 경기 하강과 상승이 반복되는 경기순환이 아니라 저성장이 상시화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그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도 최근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최 회장은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회장 20년 만에 이런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30년은 갈 것이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상반기부터 현장을 찾을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위기론을 내놓으며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해 왔다.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례 없는 호황을 보이던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을 이끌던 독일 경제마저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 여기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겹치고 저출산 고령화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정치 사회적 갈등까지 커지고 있다.
돌아보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주요 고비마다 기업들은 선제적 투자와 발 빠른 변신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모두가 불안해하는 지금이야말로 첨단기술 개발과 혁신으로 기업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앞장서 열어나가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도 기업들의 위기 대응 노력을 지원해줘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업 활동을 북돋아주고 국회에서 잠자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데이터3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 논의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