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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찬반’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

입력 | 2019-09-26 03:00:00

[‘조국 블랙홀’ 50일]
학계-문화계-시민단체 등 몸살… 검찰내서도 수사상황外 논쟁 가열
직장동료와 말싸움끝 주먹다툼, 온라인선 거친욕도 서슴지 않아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35)는 ‘조국 노이로제’를 호소한다. 이 씨는 “정말 이제는 그만 듣고 싶은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조 장관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회의 시간에 동료끼리 조국 사태로 논쟁을 벌이다 주먹다툼이 나 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국 블랙홀’은 정치는 물론 경제 산업 사회 교육 문화 등 다른 분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국 사태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식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면서 국가 공동체가 사실상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내에서조차 수사 상황이 아닌 조 장관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구내식당, 흡연실, 술자리에서 조 장관 이야기만 한다. 수사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조 장관이 나빴다거나 필요하다거나 그런 일차원적 이야기를 되돌이표처럼 무한 반복한다”고 전했다.

학계도 조국 논란으로 이미 사분오열된 지 오래다. 이제봉 울산대 교수 등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27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한다. 반면 김호범 부산대 교수 등 ‘시급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국내 및 해외 교수·연구자 일동’은 26일 부산시의회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조 장관의 검찰개혁을 지지할 계획이다.

문화계도 ‘조국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 씨 등 보수 진영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고, 소설가 공지영 씨와 시인 안도현 씨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은 ‘조국 지키기’에 나섰다. 시민단체들도 조 장관 진퇴 논란의 최전선에 서 있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진행하는 ‘대한민국 변호사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변호사는 1000명을 넘어섰다. 전체 변호사(2만5000여 명)의 약 4%에 이른다. 이용우 유지담 전 대법관과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 김영일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동참했다. 이들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를 규탄할 예정이다.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은 조국 사태로 갈가리 찢긴 한국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조 장관 지지 여부에 따라 상대를 향해 ‘개××’ ‘달×’ 등 거친 욕설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김모 씨(27·여)는 “방송에서 조국 관련 이야기를 잘못했다가 각종 욕설과 협박이 담긴 메시지를 엄청 많이 받았다”고 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도형·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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