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에 짐 될 국민연금 당장 손봐야 하는데 뻔뻔한 정치권·정부 개혁 의지도, 겨를도 없어
김광현 논설위원
지금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20대 청년층에서 높은 이유는 ‘정의’ ‘공정’ 같은 보편적 가치 훼손에 대한 분노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동시에 그 밑바닥에는 자신의 취업 문제와 경제 사정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취업난은 자신의 문제이거니와 주변에서 직접 듣고 보기 때문에 불만을 느낄 여지라도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청년 세대에게는 소리 없는 적이다. 슬그머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고 있는 부담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재정추계에 따르면 지금 구조를 유지하면 2041년 국민연금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완전히 고갈된다. 알기 쉽게 1995년생인 지금 24세 청년이 65세가 되는 2060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완전히 바닥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더 이상 줄 기금이 없으니 그때 내고 그때 받아가는 부과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자기가 낸 만큼 받아가려면, 즉 보험료 대비 수혜액 비율을 1로 유지하려면 자기 소득의 3분의 1인 33%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아니면 얼마 전 그리스처럼 수령액을 왕창 깎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지금 9%인 보험료 납부율을 최소 2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세대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는 연금개혁은 늦추면 늦출수록 후세대에게 불리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연금 문제는 ‘세대 간의 전쟁’이라고 불린다. 당장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장기플랜을 가동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개혁 문제를 다룰 겨를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인 청년 세대는 당장에라도 당신들 문제는 당신들이 해결하라고 윗세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식 세대로부터 386세대는 취업난 걱정 별로 안 하고, 현직에 있을 때부터 누릴 것 다 누리고, 연금폭탄을 뒤로 넘겨가면서, 늙어서까지 혜택을 받아가는 정말 몰염치한 세대였다는 말만큼은 듣고 싶지 않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