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 뭉크 ‘절규’, 1893년
죽음, 질병, 불안, 공포. 어린 시절부터 뭉크는 네 단어와 무척 친숙했다. 5세 때 어머니가 죽은 후 13세 때 누나도 잃었다. 아버지는 강압적이었고, 여동생과 자신에겐 정신질환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어린 시절의 불행은 훗날 그의 예술의 주제이자 원동력이 됐다. 평생을 고독 속에 살았던 뭉크에게 예술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이자 유일한 치유제였다.
그는 대상을 관찰해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본 것을 기억해 그렸다. 절규도 오슬로 에케베르그 언덕의 산책길에서 본 저녁노을에 대한 기억을 그린 것이다.
사람은 몹시 놀라거나 괴롭거나 분노하거나 두려울 때 비명을 지른다. 살다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이 극한 감정 상태를 뭉크처럼 완벽하게 표현해낸 화가가 또 있을까. 이 그림이 여전히 울림을 주는 건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통과 분노, 공포와 광기가 그가 살았던 100년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