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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KKONDAE)’[횡설수설/구자룡]

입력 | 2019-09-26 03:00:00


자랑스럽지 않은 한국말 한마디가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이 23일 페이스북에 ‘오늘의 단어’로 ‘꼰대’를 소개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란 뜻이라며 ‘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긴다’는 해설까지 달았다. 각국의 누리꾼이 자기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며 공감을 나타내는 댓글을 줄줄이 달고 있다. ‘꼰대질’ 하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있나 보다. 중국어에도 나이로 누른다는 뜻의 ‘이라오마이라오(倚老賣老)’, 영어에도 ‘adultism’ 같은 유사 표현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꼰대스럽다’를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데가 있다’고 풀이한다. 유래가 확실치 않은 ‘꼰대’는 잔소리 많은 부모 세대나 선생님을 주로 지칭하다 지금은 꼴불견 직장 상사가 주요 타깃이다. 최신 해석으로는 나이, 성별, 계급 구분 없이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 적용돼 누구나 한순간에 꼰대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꼰대 감별법에 공통 체크 리스트가 있다. 상대가 나이가 적다 싶으면 명령조다. 과거 고생한 얘기하다 ‘요즘 젊은 애들은 편해졌어’로 마무리한다. 아랫사람이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면 심기가 불편하고, 주말 휴일 근무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어와 축약어를 사용하면 언어를 파괴한다고 지적질한다. 자유롭게 말하라 해놓고 자신이 먼저 답을 제시하고,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지 않는다. 경험과 지혜가 담긴 말도 없지 않으나 충고가 간섭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하다.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꼰대’라는 말이 1960년대 초부터 등장한다. 1964년 ‘중고등학생들이 부모를 가리키는 은어로 쓰는 좋지 않은 말이 있는데 암꼰대와 수꼰대가 있다’고 보도했다. 1972년 초등학생이 쓰는 안 좋은 속어 특집에 ‘꼰대’는 5, 6학년 용어로 등장한다. 1978년 연재소설 ‘옛날의 금잔디’에서는 어른이 꼬마를 꾸짖으며 “너 이런 짓 하는 거 엄마 아빠도 알고 계시니?” 하니까 “싫으면 그만두지 우리 꼰대는 왜 찾아”라고 한다. 사용 연령이 점차 내려간다.

▷‘구들(gudle)’ ‘온돌(ondol)’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재됐고 ‘태권도’는 구령까지도 한국어가 만국 공통이다. 꼰대나 갑질 같은 말 말고 ‘케이팝’ ‘한류’ ‘한글’ ‘강남스타일’ ‘BTS’처럼 한국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새 단어들이 더 많이 등장해 세계무대에서 회자됐으면 좋겠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