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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 등산객’에 몸살 앓는 국립공원

입력 | 2019-09-26 03:00:00

주말마다 단속직원과 숨바꼭질… “성취감” “여유 즐기려” 변명도 각각
북한산-지리산-설악산 順 많아




요즘 주말이면 주요 국립공원마다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샛길을 골라 다니는 등산객과 이들을 단속하는 국립공원 직원들이다. 샛길을 걷던 등산객들은 국립공원 직원들이 입은 연노란색 조끼가 보이면 무조건 뛰거나 쪼그려 앉아 길을 잃은 척하기도 한다. 적발된 등산객들은 대부분 “탐방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시끄럽다”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성취감을 느낀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는다. 국립공원공단 황보정도 공원환경처 계장은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 산림을 헤치고 들어가는 건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전국 21개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저지른 불법행위가 바로 샛길 출입이다. 25일 국립공원공단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샛길을 출입하다 적발된 사례가 총 4031건이었다. 전체 불법행위 단속(1만1190건)의 36%였다. 이어 대피소 취사장이나 야영장을 제외한 구역에서 취사를 하다 적발된 경우(2292건)가 많았고, 무단 주차(1403건)와 흡연(915건), 지정된 곳 이외 장소에서의 야영(575건)이 뒤를 이었다. 장소별로는 북한산에서 2641건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그 다음으로 지리산(1625건), 설악산(1560건), 속리산(771건), 한려해상(684건) 순이다.

샛길로 가다 적발된 사람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산행을 즐긴 사람들이다. 자주 산을 찾다 보니 기존 탐방로에 싫증을 느끼고 “조용하게 산행하고 싶어서” 샛길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탐방로 이외 지역을 마구잡이로 지나다니면 야생동물의 활동 영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실족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대가 사고지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없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탐방로 이용이 중요하다.

또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 외에서 취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계곡이나 나무가 우거진 곳마다 불법 취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경치가 너무 좋아 식욕을 돋운다”고 말하지만 산불 위험이 크고 취사 과정에서 대기 오염도 발생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경우도 많다. 흡연은 가을철 등산객에게 특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이런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되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사안별로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거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국립공원 불법행위 단속 때 효과를 발휘한다. 사람들이 지정된 장소 외에서 캠핑이나 비박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다른 사람이 보고 신고를 하는 것이다. 불법행위 신고는 각 공원공단 사무실로 할 수 있고 공원공단 홈페이지 ‘불법산악회 신고방’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김 의원은 “국립공원은 모두가 지켜야 하는 국가자산인 만큼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자발적인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