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이비즈니스高의 특성화 교육
해외 창업에 성공한 선일이비즈니스고 3학년 전지우 양(오른쪽)이 20일 싱가포르 주롱이스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현지인 멘토와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선일이비즈니스고 제공
22일 싱가포르 심 대학(Sim University) 캠퍼스를 거닐던 한 현지 여학생이 탄성을 질렀다. 여학생은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무선이어폰 케이스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잠시 후 여학생은 케이스 한 개를 구입했다. 이 케이스는 서울 은평구 선일이비즈니스고 3학년 전지우 양(18)이 판매하는 한국 제품이다.
전 양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창업했다. 그리고 특성화고 재학생으로 처음 해외 매출을 올렸다. 앞서 5월부터 3개월가량 해외 창업을 준비한 전 양은 6일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전 양은 한국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무선이어폰 등을 판매했고 약 2주 뒤 110싱가포르달러(약 10만 원)의 수익을 냈다.
○ “특성화고 장점 살리면 성과는 무궁무진”
올해 7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선일이비즈니스고 학생들이 벼룩시장을 열고 외국인을 상대로 제품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다. 선일이비즈니스고 제공
선일이비즈니스고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5년간 평균 취업률이 67.44%에 달한다. 서울 특성화고 평균 취업률보다 1.8배 높다. 취업의 질도 좋다. 통상 특성화고 학생들은 재학 중 취직률이 높지 않고 해외에 취직할 경우 기술직을 주로 맡는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무직 취업이 어려운 편이다. 반면 선일이비즈니스고는 지난해 해외 연수를 보낸 재학생 10명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고 이 중 7명은 사무직으로 입사했다.
선일이비즈니스고는 언어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해외 취업과 창업에 있어 언어 능력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10개월 동안 원어민 교사와 함께 532시간의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경복궁에서 외국인 일일가이드를 하거나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어 외국인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병행한다. 이 덕분에 입학 당시 영어성적이 높지 않아도 졸업 때는 오픽(OPIc·영어 말하기 시험)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급(IH)을 받을 만큼 실력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 수익 못지않게 사회공헌도 중요
프로그램 진행 중 매출이 발생하면 수익의 일부는 반드시 사회에 환원한다. 학생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데 목매지 않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비더씨이오 프로그램을 통해 7600만 원가량의 수익을 낸 학생들은 평균 수익의 10%에 해당하는 약 800만 원을 기부해 왔다.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단체나 유기견 보호단체 등에 기부금이 전달됐다.
전 양은 “사업가로 성공하면 수익 중 일부는 꼭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 내가 학교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만큼 모교에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발전기금도 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방과 후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을 지도해 온 교사들이 느끼는 보람도 크다. 교사들은 자신감 없던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