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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악화에도… 배당금 3년새 2배로

입력 | 2019-09-27 03:00:00

[커버스토리]여전한 ‘배당금 잔치’ 겉과 속




국내 기업들의 배당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 흐름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배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뜩이나 경기가 부진하고 기업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 확대가 기업의 성장 동력과 투자 여력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불황기에도 기업 배당 꾸준한 증가세


기업들의 현금배당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5년 16조5871억 원 규모였던 국내 상장사의 현금배당액은 2018년 31조9438억 원 규모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1∼6월)에도 중간배당액이 6조5244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조3305억 원)보다 1900억 원가량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도 가파른 상승세다. 삼성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7년 말 14.75%였던 배당성향은 올해 8월 30일 기준 26.77%로 집계됐다. 올해 현대모비스(947억 원), 롯데지주(215억 원) 등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 정책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금융당국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등으로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힘이 실리면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배당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단기 수익을 거두려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배당 압박도 요즘 더욱 거세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전년보다 실적이 부진한데도 배당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추세다. 포스코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4598억 원으로 지난해 1조6639억 원에 비해 12.3%가량 줄었다. 하지만 상반기 중간배당액은 지난해 2400억 원에서 올해 3204억 원으로 늘어났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친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5% 줄었지만 올해 2분기 중간배당액은 2조4046억 원으로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배당 수준을 높이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오히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배당을 무리하게 늘리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며 “경제 발전 속도와 기업 실적을 고려해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금리 기조에 인기 높아진 배당주


이처럼 기업 배당은 늘고 시중 금리는 내리면서 배당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기존의 은행 예금이나 채권 투자에서 얻는 수익보다 배당주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기대이익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4일 기준 코스피 배당수익률 전망치는 2.5%인 반면 국채 금리는 1.3%대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예금 이자가 연 1%에 머무는 상황에서 평균 2.5%의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배당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향후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경우 배당주의 매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글로벌 우량주와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도 인기다. 국내 주식형펀드가 25일 기준 올해 초 대비 1.14%의 수익을 거둔 데 비해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은 3.35%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배당을 많이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민감주들은 주가 변동에 취약해 주의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자금 흐름과 주가를 보이는 종목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