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성민규 단장. 스포츠동아DB
“정신이 없네요. 몸살이 날 틈도 없는 일정입니다.”
취임한지 이제 막 3주. 하지만 현안은 쌓여있다. 기본적인 업무 파악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며, 조금씩 변화가 포착된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신임 단장(37)은 이미 롯데 리모델링에 판을 깔았다.
성 단장은 4일 롯데 단장으로 취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환태평양 스카우트 슈퍼바이저를 맡았던 그는 KBO리그 경험이 없는 인사로 비춰졌다. 때문에 파격이라는 평도 뒤따랐다. 부임 직후부터 감독 선임이라는 ‘큰 일’에 착수해야 했다. 18일 출국, 24일 귀국한 그는 25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산적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털어놨다.
성 단장은 공식 취임 후 취재진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사직구장보다 상동의 2군 구장에 더 많이 출근하는 단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의 과거 시례는 물론 타 팀을 살펴봐도 단장은 1군 경기 대부분을 참관한다. 일부 팀에서는 단장의 2군 방문이 행사처럼 여겨지는 곳도 있다. 하지만 성 단장은 실제로 취임 후 꼬박꼬박 상동구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감독 인터뷰를 마친 뒤 24일 귀국했고, 곧장 상동으로 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설은 낙후, 잠재력은 풍부’. 성 단장이 롯데 2군에 내린 평가다. 2000년대 중반 손아섭, 전준우가 배출된 이후 롯데는 10년 넘게 스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성 단장의 눈에는 잠재력 가득한 유망주들이 들어왔다. 다만 그는 “내가 선수여도 ‘야구하기 싫다’고 느낄 만큼 환경이 낙후돼있다”며 대규모 투자를 다짐했다. 실제로 올 시즌 마무리캠프를 국내에서 치르며 아낀 예산으로 이미 1억 원 이상의 금액을 장비 구매에 투자했다. 운동 시설부터 트랙맨, 랩소도 등 분석 시스템까지 갖췄다. 여기에 숙소 리모델링도 예정이다. 상동을 완전히 개조하겠다는 것이 성 단장의 이번 겨울 첫 목표다.
● 차기 롯데 감독의 조건, 소통과 동기부여
대표이사와 면접부터 육성을 강조했지만 가장 뜨거운 화두는 결국 감독 선임이다. 성 단장은 18일 출국해 24일 귀국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동의 연속이었다. 컵스 사무실에 방문한 걸 시작으로 제리 로이스터, 스콧 쿨바, 래리 서튼 등 외국인 감독 후보와 면접을 진행했다. 강도 높은 질문으로 언짢음을 표현한 후보도 있었다. 그만큼 꼼꼼히 따져 물었다.
“모든 선수가 ‘오늘은 팀 승리를 위해 뛴다’고 생각해야 한다. 대신 동기부여는 선수마다 전부 다르다. 돈을 위해 뛰는 선수가 있다면 가족, 개인 기록, 개인 타이틀 등을 욕심내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선발출장하는 야수 9명과 투수 5명을 제외한 1군 엔트리 백업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충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도 필수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이런 능력을 갖춘 후보를 모실 계획이다.”
● 롯데식 QC 코치, 코치도 코칭한다
감독이 1군에서 지금 당장의 성적을 위해 뛴다면, 성 단장은 싸울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치진의 역량 강화가 필수다. 롯데는 감독 발표와 함께 파격적인 코치진 인사도 예고하고 있다. 젊은 코치들이 근거리에서 보고 배울 만한 능력있는 인사도 초빙 계획이다.
변화 중 하나는 퀄리티 컨트롤(QC) 코치의 도입이다. KBO리그에서는 SK 와이번스가 트레이 힐만 감독 시절 라일 예이츠 QC 코치를 기용한 게 최초이며 LG 트윈스도 김동수 코치를 해당 보직으로 활용했다. 기존 코치들이 자신의 파트별 기술 훈련을 매진했다면, QC 코치는 데이터와 영상을 통해 장단점 및 변화를 체크한다. 런 프로덕션(Run Production·점수 생산) 코치, 런 프리벤션(Run Prevention·점수 억제) 코치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성 단장은 “기존의 타격코치라면 밀어치는 비법에 대해서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QC 코치는 카운트별 해당 투수, 타자와 상대의 성향을 전달하는 것이다. 선수 본인이 판단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성민규 단장(왼쪽)은 최근 미국에서 자신의 멘토인 시카고 컵스 테오 엡스타인 사장과 만났다. 엡스타인 사장은 특별히 제작한 컵스 유니폼을 선물하며 롯데 ‘GM’으로 출발을 응원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성 단장은 최근 출국길에서 감독 면접을 진행한 동시에 자신의 신변을 정리했다.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은 성 단장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도 “임기를 마치면 언제든 돌아와달라. 자리를 비워두겠다”고 했다. 성 단장으로서는 고맙고 뭉클할 얘기지만, 퇴로가 없다는 각오다. 롯데만의 프로세스를 구축한 뒤 자신을 새롭게 평가해달라는 입장이다. 2년, 혹은 3년, 혹은 더 긴 시간 뒤. 팬들은 성민규 단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 첫걸음은 이제 막 시작됐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