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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호, 5700억원대 택지 기부… 中압력 통했나

입력 | 2019-09-27 03:00:00

뉴월드그룹 ‘1만명 살 땅’ 내놔… 홍콩 주택난, 反中시위 배경 지적
中매체 “부동산 개발업체 탐욕적”… 시민 회유하려 토지 기부 압박說




홍콩의 부동산 재벌이 주택난 해소를 위해 대규모의 토지를 기부했다. 홍콩의 심각한 주택난은 중국 정부의 정치적 통제 강화에 대한 공포와 함께 홍콩 반중(反中)시위의 원인으로 꼽혀 왔다.

26일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홍콩의 4대 부동산 개발기업 가운데 한 곳인 뉴월드(新世界)그룹의 에이드리언 청 부회장은 “300만 제곱피트(약 27만9000m²)의 토지를 홍콩 정부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며 “홍콩 시민 1만 명의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부한 토지 가치는 34억 위안(약 5727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월드그룹은 홍콩 북부 틴수이와이 지하철역 인근 토지(2만8000제곱피트)부터 사회단체에 기부해 저소득층 가정용 주택 100여 채를 짓겠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뉴월드, 헨더슨(恒基兆), 순훙카이(新鴻基), 청쿵(長江) 등 4대 부동산 그룹이 보유한 토지 면적은 1억여 제곱피트(약 929만 m²)에 달한다. 홍콩에서는 부동산 그룹들이 지가 상승을 기대하며 택지를 개발하지 않아 심각한 주택난과 집값 폭등을 겪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홍콩 시민의 정치적 자유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중국 중앙정부가 주택 문제 해결로 시민들을 회유하려고 재벌들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최근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탐욕적”이라고 비난하며 “홍콩 주택난 해결을 위해 진심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홍콩 내 친중파들이 민간 토지의 정부 수용을 주장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회는 25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매년 홍콩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관료에게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며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이에 대해 “(미 의회가) 사실을 무시하고 흑백을 전도해 홍콩 급진세력과 폭력 분자를 위한 앞잡이가 됐다”며 비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