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연기자 ‘조국에 유리한 방송’… 언론 비판 논리가 그대로 부메랑 돼
서정보 문화부장
“이 프로그램은 조국에게 유리한 방송 아닙니까.”
젊은 KBS A 기자의 이 발언은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 발언은 18일 ‘저널리즘 토크쇼 J’ 녹화를 마치고 출연진이 별도의 유튜브 생방송을 하던 도중에 나왔다. A 기자가 “반론권 차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고, 강유정 영화평론가가 “언론의 신뢰가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A 기자가 항변하듯 이 발언을 한 것이다.
프로그램에선 웅동학원 건에 대해 “조국이 아니라 조국 일가를 건드린다면 사학법 개정을 막았던 수많은 정치인들과 집안이 사학재단이었던 사람들을 다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에서 조 장관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 의혹도 검증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인 셈이다.
또 언론이 장관 후보자의 위법성과 청렴성은 검증해도 되지만 도덕성 검증은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도덕성 검증은 일종의 판도라 상자와 같아서 이것을 건드리면 부정적 정서가 일어나 감당 못 할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논리 자체를 수긍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은 8월 9∼25일 언론의 검증 보도가 대부분 도덕성 검증에 치우쳤다는 통계를 제시함으로써 이 시기 언론의 검증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줬다.
조 장관을 옹호하던 다른 인물을 옹호하다가 궤도를 이탈한 경우도 있었다. 8월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김어준 씨가 딸의 의학논문 1저자 등재와 관련해 “소논문은 논문으로 안 친다. 그 소논문이 2, 3시간만 배우면 가능한 실험을 반복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 내용이 2차, 3차 언론에서 재생산되지 않고 김어준 씨의 말로 그쳤기 때문에 괜찮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할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에서 정부 여당의 논리와 비슷한, 특정인을 옹호하는 듯한 논리들이 횡행하는 것은 ‘저널리즘 토크쇼 J’ 진행 방식의 한계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 언론비평을 하려면 비평 대상인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철저히 취재해 지적하는 것이 기본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피서철 강릉 바가지 보도 논란(8월 25일 방영)이나 다른 언론의 기사를 베끼는 기생언론(9월 15일)과 같이 비정치적 아이템에 대해서는 현장 르포 등 활발한 취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조국 사태 같은 정치적 사안 보도에 대해서는 취재가 거의 없고, 출연진이 주장과 해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 방향으로 증폭시킨다. 그들은 언론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실 확인과 냉철한 자세를 주문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같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는 주장만 난무하고 팩트는 실종됐다는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가지 않을까.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