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학금 신청 9·10분위 자녀, 서울 주요대 36%… 의대는 48% 지방 국립대는 1·2분위 26% 최다
의대를 졸업한 A 씨(31)는 의대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집안 형편상 한 학기에 1000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은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 부담이 적은 지방의 국립대 의대를 다녔지만 수천만 원의 빚을 졌다. 학자금 대출 때문이다. A 씨는 “의대 입학 이후 5000만 원이 넘는 빚을 졌는데 아직도 다 갚지 못했다”며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겐 의대 진학이 고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대에 다니는 학생의 절반가량은 가구소득이 9·10분위에 속하는 고소득층 자녀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SKY’ 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도 재학생 10명 중 4명은 가구소득이 9·10분위인 집안의 자녀들이었다.
이런 결과는 한국장학재단이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 제출한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자신의 가구소득을 밝히도록 돼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놓이는 가구의 소득) 대비 30% 이하를 소득 1분위, 30% 초과∼50% 이하를 2분위, 200% 초과∼300% 이하를 9분위, 300% 초과를 10분위로 분류했다.
이에 비해 지방 국립대에 다니는 학생의 9·10분위 가구 비율은 24.62%로 의대나 SKY 대학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았다. SKY 대학을 포함한 서울의 10개 주요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들의 가구소득 9·10분위 비율은 36.2%로 나타났다.
의대의 경우 가구소득 1·2분위에 속한 학생 비율은 14.72%에 그쳤는데 지방 국립대는 같은 분위에 속한 학생이 25.92%나 됐다. 의대생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구에 속한 비율은 각각 2% 미만이었다.
김해영 의원은 “최근 2년간만 놓고 보면 의대의 경우 가구소득 9·10분위에 속한 학생은 50%를 넘어 갈수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소득층 자녀 중에는 장학금을 아예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의대생 중 소득 9·10분위 가구 자녀의 비율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