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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견과 소통으로 만들 광화문광장[기고/김원]

입력 | 2019-09-27 03:00:00

김원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장


2016년 광화문포럼의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광화문광장에 대해 갖고 있던 오랜 생각을 정리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과거 오랫동안 제안됐던 ‘국가상징거리’로 광화문 재구조화 계획에 대해 하나하나 돌이켜 보고 재평가하는 것이다. 건축가로서 나는 오랫동안 광화문의 차 없는 거리를 지지해 왔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부터 막연하게 도성 사대문 안 차 없는 거리를 꿈꾸곤 했다.

유럽에서 공부했던 젊은 시절 오랜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것은 대부분 도심을 보행자 천국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었다. 서대문에서 동대문을 잇는 종로통은 전체 길이가 4.2km밖에 안 된다. 사대문 중심에서 가장 먼 곳까지 걸어봐야 2km 미만이다. 보행자와 자전거, 유모차만 여유롭게 다니는 녹지거리를 구상했고 사대문 안에 5층 이상 건물을 허가하지 않는 것도 생각했다.

광화문포럼을 처음 맡았을 때 각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광화문광장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두고 건축 도시 조경 교통 역사 등 권위자의 의견을 들었다. 처음 느낀 점은 ‘의견 통일이 쉽지 않겠구나’라는 것이다. 각기 다른 의견이 있었다. 이후 뜻을 모으기 위해 수십 번 모였다. 밤을 새워서라도 의견을 나누자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다. 처음 가장 반발이 심했던 것은 교통 분야였다. 지금 상태로는 안 되겠다는 의견은 같았으나 방법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광화문광장이 보행 전용으로 바뀐다면 주변 자동차 교통이 마비될 것이고 시 전체에 교통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 하나로 뜻이 모였다. ‘100% 보행자 전용 광장’, 이것이 궁극적으로 정답이라는 것이다.

33명의 전문가 집단의 결론이 나온 뒤 광화문시민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위원장을 다시 맡으면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시대적인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얼굴과도 같은 광장을 100년이 지나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소가 될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 소통 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마음이 아팠고 책임을 통감했다. 우리의 열정과 노력이 시민위원회를 넘어 시민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달 19일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에서 그의 고뇌가 느껴졌고 정말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사업을 추진한다면 시민에게 더 사랑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시의 방향은 광화문포럼에서 도출한 광장 전면 보행화, 역사와 미래가 같이하는 공간, 국가 중심 공간, 일상과 비일상이 소통하는 공간을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 등과 일맥상통한다.

더 중요해진 시민위원회의 역할에 책임이 무겁다. 시민, 시민단체 등을 아울러 소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숙의와 의견 수렴을 위해 시민위원회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김원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