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이사
서울의 대중교통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많은 차량으로 인한 교통체증이 문제이긴 하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때 종종 도로에 한없이 서 있을 때가 있다. 그때 나는 내가 만약에 구급차 안에 누워있는 응급환자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필자는 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어떻게든 헤쳐 나가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한번은 인터넷에서 ‘홍해의 기적’처럼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는 장면을 보긴 했지만 일상에서 보는 현실은 많이 달랐다. 심지어 내가 봤던 동영상이 나중에 알고 보니 시범 훈련이었다.
거꾸로 환자가 있는 곳까지 빨리 도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로가 막히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환자가 산꼭대기에서 큰 부상을 당하거나 바다에서 중상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응급의료 전용헬기, 일명 닥터헬기는 인명구조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헬리콥터로 환자를 옮길 때 걸리는 수송시간은 절대적으로 감소한다. 그 줄어든 시간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조용하고 쾌적한 삶을 추구한다. 한국인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층간소음이나 담배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헬기 소리가 들리면 공공기관에 불편 신고가 들어온다. 과연 그들이 닥터헬기 안에 있는 환자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까? 결코 아니다. 모두들 닥터헬기의 가치는 충분히 알고 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매우 큰 민족이다. 하지만 일부는 그 헬기가 인명을 구조하고 있는 닥터헬기인 줄 모르고 있거나 혹은 단순히 조용하게 살고 싶거나 실제로 큰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닥터헬기가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볼까? 닥터헬기가 없어서 조용한 주거환경이 우리의 최선일까? 아니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최선일까?
한국인들은 그동안 많은 국가적 위기들을 한마음으로 이겨나간 걸로 유명하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그 좋은 예다. 매일 발생하는 외상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출동하는 닥터헬기의 소음에도 그 따뜻한 마음을 발휘해서 참아준다면 너무 좋겠다.
응급환자들을 순간이동 시킬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 그 순간이동과 가장 가까운 현실적인 방안은 닥터헬기뿐이다. 닥터헬기의 소리를 감사하게 듣기 시작하면 소음으로 덜 느끼게 될 것이다. 제가 아내의 잔소리를 ‘더 잘돼라’는 얘기로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하자마자 잔소리로 들리지 않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 닥터헬기가 언젠가는 여러분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는 닥터헬기 살리기 캠페인 동영상이 많이 올라 있다. 필자도 다른 외국인 친구 소개로 그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고 곧 동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닥터헬기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서 여러분도 닥터헬기 소생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닥터헬기의 소리는 생명의 소리다.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