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특종 밥 우드워드 방한 “정확한 사실 알리는게 언론 역할… 인내심-공격성으로 좋은 기사 써야 트럼프가 언론 신뢰 깨려 만든 말… ‘가짜뉴스’란 용어 쓰지 말았으면…”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오른쪽)과 게리 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장이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로 인한 저널리즘의 위기’ 포럼 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허위조작정보(가짜 뉴스) 규제는 정부의 역할이 아닙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알려주는 건 언론이 해야 할 일입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76)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6일 열린 ‘4차 산업혁명과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저널리즘의 위기’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하야하게 된 ‘워터게이트’ 사건(1972년)을 특종 보도하는 등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기자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건 언론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도 하나의 상품입니다. 언론이 한 번에 100%를 취재해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담은 기사를 쓸 수는 없지만 연필 제조 기업이 심이 잘 부러지는 연필을 만들면 망하듯 언론도 그럴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훌륭한 보도를 계속 하면 허위조작정보의 문제는 해결될 겁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가짜 뉴스’라는 용어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짜 뉴스라는 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케팅 전략에 놀아나면 안 된다.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 1만2000개의 거짓말을 찾아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언론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폭로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를 출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는 것에 대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부족한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 유럽 등과의 동맹에 돈을 낭비한다고 여기는데 이는 동맹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에 대한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 미국 내 현안에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