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국내 유일 독자적 조직으로 운영 “운동만 전념” 시설-인력 파격 제공… 대회중엔 트레이너-밴 현장지원도 한미일 투어 임희정 등 11명 활약… “동료애, 힘든 투어생활 큰 의지돼”
한화큐셀 골프단 소속 신인 임희정(19·왼쪽)이 2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치열한 연장 2차전 승부를 벌인 같은 팀 김지현(28)과 포옹하고 있다. 한화큐셀 골프단 소속 여자 골퍼들은 올 시즌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8번의 우승을 합작했다. KLPGA 제공
“언니, 너무 고생하셨어요.”(임희정)
22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 연장 2차전 직후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1.2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올 시즌 2번째 정상에 오른 19세 임희정에게, 아쉽게 우승을 놓친 김지현(28)은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임희정은 예의를 갖춰 선배를 위로했다.
골프는 개인 종목이다. 하지만 11명의 선수로 구성된 한화큐셀 골프단은 다른 팀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룹 마케팅팀 등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되는 국내 유일의 골프단이다. 정 팀장은 “단순히 선수를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수들 간의 유대가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클래식에 모인 한화큐셀 골프단 선수들. 왼쪽부터 임희정, 김지현, 이정민, 김인경, 넬리 코르다, 윤채영, 지은희, 이민영, 성유진. 한화큐셀 골프단 제공
KLPGA에서 뛰는 선수들을 위해 한화큐셀 골프단은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으로 트레이너를 파견한다. 투어 밴을 보내기도 한다. 트레이너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모여 함께 운동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최근 2승을 거두며 조아연과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예고한 임희정은 “김상균 감독님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힘든 투어 생활에서도 많은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한화그룹 소유의 골프장에서 마음껏 훈련할 수 있다. 함께 짝을 지어 연습 라운드를 나가곤 한다.
일본에서 뛰는 윤채영과 이민영을 위해서는 현지 매니저를 고용해 통역과 현지 생활 적응을 돕는다. 미국에도 한때 현지 매니저를 파견했다. 이달 초 한국과 미국, 일본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거 초청한 KLPGA투어 한화클래식 때는 모처럼 9명의 선수가 모여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투어를 지배하는 초특급 스타는 없지만 이 팀에 온 뒤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적지 않다. 김지현도 2017년 이 골프단 소속으로 첫 우승을 거둔 뒤 KLPGA투어를 대표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친언니 제시카 코르다의 그늘에 가려 있던 넬리 코르다 역시 LPGA투어와 유럽투어를 제패하며 세계랭킹 9위까지 올랐다. 김 감독은 “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한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 선수들끼리 소통하고 의지하는 게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