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열흘 전엔 발암물질 없다더니… 불안한 144만명

입력 | 2019-09-27 03:00:00

식약처 ‘발암물질 약’ 269종 판금
라니티딘 성분 들어간 약서 검출… 16일 발표땐 “발암물질 검출안돼”
6주이하 복용땐 큰 위험 없다지만… 식약처 부실조사 논란 불거져
재처방 1회 무료… 교환-환불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6일 잔탁, 겔포스디엑스(알약), 알비스, 큐란 등 발암우려물질이 검출된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269개 품목의 제조, 수입, 판매를 잠정 중지함에 따라 140여만 명의 복약 환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에게서 해당 의약품들을 처방받아 25일 기준으로 먹을 약이 남은 환자는 약 144만 명이다. 처방 없이 약국에서 이 의약품들을 구입해 복용한 사람까지 합치면 더 많다. 다만 식약처는 “위장약은 6주 이하로 단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경우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매 중지 조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선제적으로 내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식약처가 국내외 7개 제조소에서 생산한 라니티딘 성분의 원료의약품 7종을 조사한 결과 발암우려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기준(0.16ppm)의 333배를 넘는 53.50ppm까지 나온 샘플도 있었다. 잠정관리기준은 NDMA가 포함된 라니티딘을 하루에 600mg씩 70년간 섭취하면 발암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라니티딘이 함유된 위장약을 단기간 먹을 경우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위장약을 먹는 환자는 자신의 약 성분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라니티딘 성분이 포함됐다면 처방받은 병·의원을 찾아 의료진과 상담한 뒤 다른 성분이 든 위장약으로 다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한 번에 한해 약값의 환자 본인부담금은 면제된다. 처방 없이 약국 등에서 구입한 경우에도 남은 약을 구입처에서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외에도 위장약의 원료 성분인 니자티딘에 대해 조만간 발암물질 유무를 조사할 계획이다. 니자티딘에서 NDMA가 검출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지만 NDMA를 유발하는 화학구조가 라니티딘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니자티딘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은 자니틴정, 니자티드정 등이 있다. 시중에는 라니티딘을 대체할 수 있는 파모티딘, 시메티딘 등의 성분으로 만든 위장약이 약 120종 있다.

라니티딘에서 NDMA가 발생한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에 포함된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시간이 지나며 자체 분해 결합돼 생성되거나 제조 과정에서 아질산염이 섞여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전문가들과 ‘라니티딘 중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할 계획이다.

잠정 판매 중지 조치가 해제되기 위해서는 국내외 해당 제조사들이 자체 조사 결과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식약처는 해당 자료를 검토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재출시를 허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판매가 잠정 중지됐던 발사르탄 의약품 175종 가운데 106종은 10개월 뒤인 올 5월 판매 중지 조치가 해제된 바 있다.

식약처의 이번 조사 결과는 불과 열흘 전 내놨던 NDMA 안전성 조사와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부실조사 논란도 일고 있다. 앞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14일 미국과 유럽에서 유통되는 잔탁에서 NDMA가 검출됐다고 밝히자 식약처는 16일 국내에 유통되는 잔탁과 이 제품에 쓰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35개를 수거해 긴급 조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26일 “NDMA는 불순물이라 제품에 균질하지 않게 혼합돼 있어 샘플마다 NDMA 검출량의 편차가 컸다”며 “1차 조사는 제품 일부를 대상으로 했고 이후 더 많은 라니티딘 원료 샘플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