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지수 3년 반 만에 경보… 대내외 경기 악화로 불확실성 커져 기업 14%는 돈 벌어 이자도 못갚아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지수는 지난 달 8.3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달보다 0.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한은은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물경제 및 금융 관련 20개 지표를 반영해 매월 금융안정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지수가 8∼22이면 주의 단계로, 22를 넘어서면 위기 단계로 본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이 지수가 100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금융안정지수가 주의 단계에 들어간 건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연이어 하고 중국 증시 및 국제유가가 폭락하던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가계와 기업은 물론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도 일부 떨어지는 모습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1556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나 증가세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소득 증가속도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부채는 증가세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채권과 대출금 등을 포함한 기업부채가 올해 2분기 말 1885조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난 것이다. 기업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4개 분기 연속 커졌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은 4.7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9.5배)보다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을 뜻하는 한계기업은 2017년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13.7%였지만 지난해는 14.2%(3236곳)로 늘었다. 전체 기업 중 14%는 돈을 벌어 이자도 다 못 갚는 상태라는 뜻이다.
한은은 “위험은 늘었지만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여전히 양호하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충격 발생에 대비해 조기경보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