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파문]조국, 집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 논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정기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두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국회에서 조 장관은 23일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던 검사와 통화를 했다고 시인해 수사 개입 논란이 빚어졌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3일 오전 9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 현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현관에 들어서자 조 장관의 부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어디론가 휴대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변호인을 기다려 달라며 압수수색을 지연시킨 정 교수는 통화 중이던 전화기를 불쑥 현장 수사팀장 이광석 부부장검사에게 건넸다. 통화 상대를 확인한 이 검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영장 제시에도 불구하고 발목이 묶인 수사팀은 “절차에 따르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이 검사를 지켜봐야 했다. 뒤늦게 온 변호인이 압수물 범위를 사사건건 문제 삼으면서 압수수색은 11시간 뒤인 오후 8시까지 지체됐다.
○ 조 장관 “압수수색 진행 지시한 바 없다”… 검찰 반박
이에 조 장관은 “제 처가 놀라서 연락이 왔고, 처 상태가 안 좋으니 배려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 1시간 30분 뒤 조 장관은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끊었으면 좋았겠다고 지금 후회한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오후 5시 20분경 기자들에게 “장관은 통화를 통해 압수수색을 방해하려는 취지의 언급이나 관련 수사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해명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검찰은 30여 분 뒤 조 장관이 이 검사에게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반박했다. 전화를 받은 이 검사가 조 장관의 거듭된 요구에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정 교수가 압수수색 당일 119를 부를 정도로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는 조 장관과 법무부의 해명과 달리 압수수색 내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에게 물건을 “원위치로 돌려놓으라”고 지시하거나 압수물을 넣는 박스 숫자까지 참견했다는 것이다.
○ 직권남용과 부정청탁 등 현행법 위반 소지
법무장관이 제3자의 압수수색 현장에 있는 검사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상식 밖이다. 특히 인사권자인 장관의 부인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고,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검사에게는 당사자인 장관의 말 한마디를 외압으로 인식할 개연성이 더 있다.
○ 가족을 위한 권한 행사, 탄핵 사유 될 수도
조 장관은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가 전체 국민이 아닌 가족을 위해 권한을 행사한 것 자체가 공무원법 위반이다. 헌법은 장관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장관의 과거 발언도 다시 주목받았다. 조 장관은 2016년 12월 우병우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을 압수수색 중이던 광주지검에 전화를 건 기사를 링크하며 “딱 걸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직권남용죄 유죄”라고 의견을 적었다. 조 장관은 2013년 7월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당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전화했다는 이유로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다. 구속 수사 가야겠다’고 쓴 적도 있다.
신동진 shine@donga.com·이호재·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