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사진)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 것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다는 징후로도 풀이된다. 김계관은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5월에도 대미(對美) 메신저로 등판한 바 있듯이 이번에도 ‘협상 촉진자’ 역할을 맡았을 수 있다는 것.
김계관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북-미) 관계를 퇴보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는 16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연결된다. 미국이 향후 비핵화 협상을 논의하려면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같은 체제보장안과 제재 해제 방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조건’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참모진의 틈을 벌려놓는 ‘갈라치기’ 수법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김계관은 “워싱턴 정가에는 아직도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先)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오래도록 실무협상의 ‘입구’를 찾고 있지 못하는 만큼 이젠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협상팀에 유연한 입장을 가지라고 주문하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김계관이 직접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도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중량급 외교관인 김계관까지 나선 것은 확실히 북한이 실무협상에 목을 매달고 있고, 이번에 돌파해서 3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간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또 정상회담 개최 자체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제재 해제를 얻겠다는 더 큰 목표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