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그레타 툰베리 가족 지음·고영아 옮김/319쪽·1만5000원·책담
그레타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 환경 재앙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면서 환경운동의 세계적 아이콘이 됐다. 국내에도 ‘우리는 모두 그레타’(생각의힘),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한티재) 등 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사진은 툰베리(가운데)가 이달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 재앙 반대 운동을 이끄는 모습. 책담 제공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에 사는 16세 청소년이다. 지난해 그는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을 쥐고 자리를 지켰다. 거침없는 그레타의 행보에 전 세계 10대가 연대했다. ‘그레타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고, 언론에 자주 소개되며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25일에는 ‘대안 노벨상’이라 불리는 ‘올해의 바른생활상’을 받았다.
엄마 말레나 에른만, 아빠 스반테 툰베리, 그리고 여동생 베아타 에른만. 그레타를 시작으로 이들은 가족 환경운동가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기간 진창에 빠져 지냈다. 시작은 그레타의 이상 행동. 그레타가 11세 무렵 식사를 거부하고 말문을 닫자 부모는 백방으로 정보를 찾아 뛰어다녔다. 의사들은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그레타가 환경 문제에 깊이 빠진 건 8세 때 만난 동영상 때문이었다.
언니와 비슷한 나이에 이른 무렵 베아타도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사에 과격했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혼절하며 울었다. 집 밖에서는 천사였지만 가족들 앞에선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였다. 오페라 가수로 명성을 떨치던 엄마와 연극배우로 일하던 아버지는 모든 일상의 일을 중단하고 아이들의 치료에 매달린다.
이 책은 그레타 가족이 함께 썼다. 평온했던 툰베리 가정의 분투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얹었다. 아스퍼거증후군과 ADHD를 앓는 딸들을 돌보면서 엄마인 말레나는 완전히 탈진해 버린다. 절망 속에서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에 의지해 버틴 시간이 애처롭게 펼쳐진다.
말레나에 따르면 결국 두 아이는 △국민보건 제도와 검증된 치료법 △유익한 조언과 효능이 뛰어난 약품 △인내와 시간, 행운이 함께한 팀워크로 다시 일어선다. 지난한 재기 과정에서 얻은 의학 지식과 제도적 허점을 짚는 대목에 눈길이 머문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 가운데 82%가 놀림과 괴롭힘을 무릅쓰고 일반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경정신과적인 병은 진단의 기준과 처방, 병에 대한 정보가 모두 남자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 ADHD가 있는 남자아이들이 대체로 아주 외향적인 데 비해서 여자아이들은 정반대다.” “(베아타의 증상과 비슷한) 미소포니아를 다루는 방식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가 ADHD를 취급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