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선언/맬컴 해리스 지음·노정태 옮김/456쪽·1만8000원·생각정원
책장을 넘기다 보면 스탠리 큐브릭의 공포 영화 ‘샤이닝’ 속 섬뜩한 장면이 떠오른다. 국내에서 많이 읽히는 ‘90년생이 온다’가 조금은 부드럽게 젊은 세대를 분석했다면, 이 책은 같은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그 뿌리부터 짚어가며 암울한 전망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1988년생인 저자는 언론이나 기존 저술이 밀레니얼 세대를 다루는 방식이 지극히 단편적이라고 지적한다.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는 자신의 세대를 관리 대상이나 소비자로 한정하길 거부한다. 밀레니얼이 ‘불안정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게으르다’는 베이비붐 세대의 시각에도 반박한다. 그러면서 출생부터 교육, 대학 입학, 직장 생활까지의 과정을 추적하고 이들 세대가 출발부터 ‘인적 자본’으로 관리되어 왔음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그의 말처럼 지금도 어린이의 능력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다. 영어유치원이든, 영재학원이든 아이의 적성을 빠른 시간에 찾아 그것을 돈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이렇게 자란 밀레니얼 세대를 저자는 “자기의 시간을 누려본 경험이 전에 없이 부족하고 스스로 자아를 쌓아나갈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해온 아이들”이라고 설명한다. 놀지 않고 일만 해서 바보가 된다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비극은 계속된다.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대학을 갔지만 눈앞에 놓인 것은 무급 인턴, 학자금대출, 그리고 과거보다 더 많은 일을 하지만 제자리인 임금이다. 이쯤 되면 밀레니얼은 ‘줄임말을 즐겨 쓰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며, 솔직한’이라는 한가한 말로만 정의되기에는 너무나 불안하고 분노하는 세대인 것만 같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