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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맛있는’ 항구다

입력 | 2019-09-28 03:00:00

여행|맛의 도시 목포|




‘목포는 항구다.’ 목포항에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항구 끝부분에는 2009년 준공된 목포요트마리나가 있다. 요트 체험도 할 수 있다.

발걸음이 자꾸만 빨라진다. 그럴 수밖에. 보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이다. 목포가 바로 그런 곳이다. 목포는 일제강점기 때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고 관광지로도 인기가 높다.

목포는 맛의 도시다. 어떤 식당을 가더라도 맛만큼은 만족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목포에서는 이동하는 시간마저 아깝다. 그래도 이곳만은 꼭 보고, 이 음식은 꼭 먹길 바란다.



덕자조림

아침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KTX, 고속버스를 탔다면 점심 즈음 목포에 닿았을 터. 먼저 고픈 배부터 채울 차례다. 덕자 요리로 유명한 소도(부흥로 1)가 첫 목적지다. 덕자는 큰 병어로 꼬리가 더 길고 색이 검다. 덕자 2kg이 중(中)짜로 찜과 회 세트를 주문하면 네 사람이 먹기에 충분하다. 덕자의 뱃살은 회, 등쪽 살은 찜으로 올라온다. 빨간 양념이 꽤 매울 것 같지만 담백함이 매운맛을 압도한다.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로 입맛을 돋운다. 자리에 눌러 앉아 공기밥을 더 주문하고 싶지만 갈 길이 바쁘다.

목포근대역사관

최근 종영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주요 무대가 목포근대역사관(관람료 성인 2000원)이다. 1900년에 일본 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로 빨간색 벽돌이 특징이다. 영사관 이후에는 목포부청사, 목포시청, 목포문화원 등으로 활용됐다. 내부는 단출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걸을 때 삐걱거리는 바닥, 창틀, 천장이 그 흔적을 말해준다. 9개의 벽난로가 있는데 이 중 2층에 있는 하나가 실제로 1900년에 만들어졌다. 2층 창문을 통해 보는 목포의 전경은 놓치지 말자. 오래된 창틀을 통해 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사랑스럽다. 역사관 주위의 정원은 건물과 조화롭게 어울려 천천히 산책을 하거나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에 좋다.

다시 미식여행이다. 역사관 근처에는 간단한 간식을 파는 곳들이 있다. 일본인이 남긴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가비1935(영산로 18)는 내부가 아기자기하다. 성옥기념관 앞에 위치한 한마을떡(영산로 14-2)은 올해 85세 할머니가 내려주는 커피와 직접 만든 쑥찹쌀떡을 맛볼 수 있다. 손수 삶은 팥 앙금과 진한 쑥향의 찹쌀떡. 고소한 고물이 정겨운 맛을 낸다. 운이 좋다면 입담 좋은 할머니가 풀어내는 목포 역사도 들을 수 있다.

카페 가비1935(위쪽 사진)와 한마을떡의 쑥찹쌀떡

성옥기념관은 조선내화 창업자인 성옥 이훈동 선생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이 회장이 생전 수집한 추사, 대원군, 이응로 등 조선시대와 근현대 명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930년대 일본인이 만든 정원으로 한때 목포 신혼부부들의 단골 결혼촬영 장소였던 이훈동정원은 휴관 중이다. 아쉽다면 현재 목포문화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호남은행 목포지점, 구 화신백화점 건물로 알려져 있는 화신연쇄점, 목포 해안로 벽돌창고, 오거리문화센터(구 동본원사 목포별원) 등을 걸어서 둘러보자.



소고기 전복 낙지탕탕이

도저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 먹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곳이 많다. 하당먹거리(신흥로 98)를 방문해 보자. 이곳은 낙지탕탕이와 소고기, 전복(2인분 5만 원)을 함께 내는 요리가 인기다. 낙지탕탕이는 산낙지를 먹기 좋게 잘라 회로 먹는 요리로 칼로 탕탕 내리쳐 만들어 탕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먹기도 하고 김에 싸서 오이무침 또는 김치와 함께 싸먹기도 한다.

해가 진 뒤라도 목포에서 볼거리는 여전하다. 갓바위보행교는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보행교의 하이라이트는 갓바위. 말 그대로 바위가 갓을 쓴 듯한 모습으로 천연기념물 제500호다. 다양한 색깔로 바뀌는 조명 덕분에 갓바위의 분위기가 그때그때마다 변한다. 보행교는 20분 정도면 끝까지 갈 수 있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린다면 곧장 달려가자.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 공연 시간이다. 형형색색의 물줄기가 음악의 리듬에 맞춰 이리저리 춤을 춘다. 높이 70m까지 분수가 하늘로 솟아오른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느새 넋을 놓고 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9∼11월에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8시, 오후 8시 30분 2회 공연된다. 금·토요일에는 오후 9시 추가 공연이 열린다. 신청곡이나 사연을 바다분수 홈페이지에 최소 일주일 전에 신청하면 신청 문구와 함께 신청곡을 공연해 준다. 연인과 가족을 위한 이벤트로 안성맞춤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신안선 전시물.

아침에도 게으를 새가 없다. 바로 목포 시민들에게 아침 식사로 사랑받는 조선쫄복탕(해안로 115)으로 향하자. 졸복(작은 복)을 압력솥에 익혀 뼈도 부드럽게 씹힌다. 추어탕 같은 느낌이지만 복 맑은 탕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살아 있다. 매실청 등을 섞은 발효식초를 넣어 먹으면 처음과는 다른 맛을 경험한다. 쫄복탕(1만3000원) 자체도 훌륭하지만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과의 조화도 좋다. 해장에는 이만한 것이 없을 정도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꼭 가볼 만한 곳이다. 진짜 보물선을 볼 수 있다. 700년 만에 바다에서 건져 올려진 신안선이 실물로 함께 가라앉았던 유물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흥미로운 수중 발굴 과정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신안선도 감상할 수 있다.

목포에 왔으니 먹을 수 있는 데까지 먹어보자.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쑥꿀레(영산로59번길 43-1)와 코롬방제과(영산로75번길 7)는 간식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장소다. 쑥꿀레(5500원)는 쑥을 넣어 반죽한 찹쌀떡에 소를 넣고 빚어 고물을 묻힌 떡을 조청과 함께 준다. 1956년부터 만들어진 옛날 간식이다. 코롬방제과에서는 크림치즈바게트(5000원)와 새우바게트(4500원)가 필수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목포 음식들이 떠오르면서 입안에 침이 고인다.

○ 여행정보

팁+ △9월 7일 전국에서 가장 긴 목포해상케이블카(3.23km)가 개통했다. 왕복 40분으로 유달산, 목포항 등을 내려다볼 수 있다. △목포시는 올해 목포으뜸맛집을 선정해 발표했다. 등대 모양의 그림으로 총 세 가지 등급이 있다. 식당에 등대 표시가 있다면 맛은 보장된 셈이다. △편하게 목포를 둘러보고 싶다면 시티투어를 신청해보자. 주간(약 6시간 소요), 야간(약 3시간 소요) 두 코스가 있다. 성인 5000원. 입장료·중식비 별도.

감성+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2019년·감독 강윤성) 목포대교, 서산동 골목, 구도심 등 목포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여행지 지수(★ 5개 만점)

△맛집 찾아다니기 ★★★★★
△드라마 영화 촬영지 찾기 ★★★★
△맛있는 간식 먹기 ★★★★★
△야간에 산책하기 ★★★★
△아이들에게 역사교육 ★★★★

목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