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순위 롯데 입단, 2년 뒤 이적해… KT 창단 첫 ‘토종투수 10승’ 감격 “모두 팀-동료 덕분” 피자 돌려 장신에 강속구, 태극마크 가능성
26일 수원에서 만난 프로야구 KT 투수 배제성(23·사진)은 ‘처음’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고3 시절 팔꿈치 수술로 쉬어 프로 진출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는 2015년 88순위(2차 9라운드 롯데 지명)로 프로에 ‘턱걸이’한 뒤 2017년 KT로 둥지를 옮겨 올해 최고 시즌을 보냈다.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79로 시즌을 마친 그는 KT 구단 사상 처음 10승을 거둔 토종 투수가 됐다.
롯데를 상대로 시즌 10승째를 거두던 날(20일)엔 초중고 선수 생활 통틀어 첫 완봉 투구를 해봤다. 잠재력을 터뜨리며 마운드의 한 축을 든든히 지켜준 배제성 덕에 꼴찌 이미지가 강했던 KT(6위)는 올 시즌 처음 시즌 막판까지 NC와 ‘쫄깃한’ 가을야구 경쟁을 하며 내년을 더 기대케 했다.
감사. 이 단어는 평소 배제성의 행동 하나하나에 녹아있다. 팀 관계자에 따르면 배제성은 등판 날마다 경기 후 코칭스태프부터 전력분석팀 등 도움을 준 모든 사람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인사하느라 바쁘다. 키움을 맞아 시즌 6승째를 달성했던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수훈선수상을 받은 그는 “(배터리 호흡을 맞춘) 성우 형이 더 고생했다”며 받은 상금을 전달하려 해 장성우가 사양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10승 달성 후 돌아온 첫 월급날이던 25일 배제성은 가장 먼저 동료들에게 피자 20판을 돌렸다. 배제성은 “고마운 분들 언급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라다. 그 은혜 잊지 않고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씩 웃는다.
11월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 얘기도 솔솔 나온다. 190cm의 장신에 시속 150km의 빠른 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배제성은 올 시즌 선발, 구원을 두루 경험해 쓰임새가 많다. 대표팀 예비엔트리 60명에 이름을 올린 배제성은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라면서도 “태극마크도 ‘살면서 처음’이라 내게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평소처럼 공 하나하나 허투루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눈빛을 밝혔다.
수원=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