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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육성’이 기업의 미래

입력 | 2019-09-30 03:00:00


기업들이 불황에도 채용을 크게 줄이지 않는 이유는 미래를 위해서다. 어려울 때일수록 인재 확보만이 살 길이라고 보고 인재 확보와 육성에 신경을 쓰는 곳들이 많다. 긴축경영을 하면서 채용을 줄이는 곳들도 있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경기 상황이나 실적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훨씬 많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재 경영’을 펼치고 있다. 구성원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야 회사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인재 확보와 육성을 위해 다양한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심도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일반직·연구직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본사 인사부문이 관리하는 ‘정기 공개채용’에서 각 현업 부문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중심 ‘상시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채 방식으로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에서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2011년부터 미국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해외 이공계 석·박사급 우수인재 발굴을 위한 것이다. 참가자가 자신의 전공과 연구 분야, 경력과 관련된 주제를 선택해 자유롭게 발표하는 학술 포럼 형식으로 진행된다.

‘딥 체인지’를 경영 화두로 삼은 SK그룹은 그 시작을 일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보고 업무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지정좌석제 대신 원하는 좌석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다양한 사무실 형태를 도입했다.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내도록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은 공유오피스 공간을 오픈했다. 3월 스마트오피스 출범식을 가진 SKC는 본사 5개 층을 스마트오피스로 만들었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하는 공유좌석제를 도입하고, 공동업무공간인 프로젝트룸을 34개로 두 배 늘렸다. 각 층에는 카페 못지않은 휴식공간도 조성했다. SK그룹은 사내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의 수평적 소통 문화 활성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가 올해 첫 대외 행보로 찾은 곳은 인재 유치 행사인 ‘LG 테크노 콘퍼런스’였다. AI, 올레드, 신소재 재료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기술 분야 석·박사 과정 인재들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구 대표는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LG 대표로 부임하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사이언스파크였고, 가장 자주 방문한 곳도 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연구개발(R&D) 현장”이라고 말했다. LG는 2000년부터 그룹 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 별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입사지원서 상 공인어학성적 및 자격증,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입력란을 없앴다.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에 직무 관심도나 직무 관련 경험 및 역량들을 상세하게 작성하면 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재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1993년 문을 연 오산 캠퍼스는 롯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2년 간 총 1900억 원이 투입되는 재건축 공사가 끝나면 연간 3만 명 정도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재건축 공사 현장을 방문해 “인재 육성에 대한 지원은 결국 롯데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오산캠퍼스를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을 키워낼 최고의 시설로 꾸미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우수 인재 선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지원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서류 전형에서 복수 지원을 허용할 방침이다. 지원자는 지원서 접수 시 최대 2개의 회사나 직무를 선택할 수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