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연 1%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가 시작된 16일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News1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홈페이지에서 접수하는 안심전환대출 온라인 신청은 29일 밤 12시에 마감된다. 은행 영업점 오프라인 접수는 앞서 지난 27일 끝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4시 기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금액은 누적 50조4419억원(43만5328건)을 기록했다. 이는 ‘많으면 40조원’이라는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로 봤을 때 29일 마감 신청금액은 6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 안정화와 서민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1%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최대 5억원 한도의 10년~30만기 정책 모기지 상품이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현재의 주담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Δ10년 만기 연 1.95% Δ15년 만기 연 2.05% Δ20년 만기 연 2.15% Δ30년 만기 연 2.20%다. 여기에 주금공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대출계약서 서명과 전자등기를 완료하면 0.1%p 금리 혜택을 볼 수 있어 최저 1.85%에서 최대 2.20% 수준이다
다만 안심전환대출은 대출을 받은 뒤 그 다음달부터 이자는 물론 원금도 균등하게 나눠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이자만 내고 원금 상환은 일정기간 유예되는 일반적인 변동금리 대출에 비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
◇폭발적 반응 배경은…최종 신청액 60조원 넘어설듯
지난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전수조사 결과. © News1DB
마감일인 29일을 사흘 남겨두고도 신청 금액이 총 대출한도 20조원의 2.5배에 달한 것이다. 하루 평균 4조5856억원이 몰린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29일 마감 신청액은 62조~6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접수 당시 첫 주에 신청자가 몰렸던 사례를 감안해 신청 2주 차에는 덜 몰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금융권에선 Δ통상 연 3% 이상의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대환을 통해 최소 1%p 이상 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 Δ대상자 선정 방식이 ‘선착순’이었던 1차 때와 달리 ‘접수 마감후 선정’으로 바뀐 점 Δ주금공 홈페이지를 통한 24시간 온라인 신청이 새롭게 추가된 점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26일부터 주금공이 서류를 간소화해 받기 시작한 것도 온라인 신청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 한몫했다. 실제로 25일에서 26일로 넘어가는 하루 사이 평균 신청 금액의 3배가량인 13조원이나 신청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과 달리 2차 때는 24시간 온라인 신청을 받아 고객이 크게 몰렸다”며 “다만 군중심리로 인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청자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마감 후 전수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후 전수 조사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신청자들의 탈락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차 때는 약 15%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주택가격 어느선까지 대출받을까…1차 때 사실상 커트라인 5억원
안심전환대출 신청금액이 총대출 한도 20조원의 세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른바 ‘커트라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청금액이 총대출 한도를 넘으면 담보로 잡힌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때문이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 조건은 부부합산 소득이 연 8500만원 이하(신혼·다자녀 가구는 1억원)인 1주택자로 담보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인 경우다. 일각에서 주택가격 9억원이 서민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경쟁률이 예상보다 높은 3대 1로 예측되면서 ‘커트라인’은 9억원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담보 주택의 가격 제한이 없었고 신청 금액이 한도에 못미쳤던 2015년 1차 때의 사실상 커트라인은 5억원 수준이었다. 주택 가격별로 보면 Δ2억원 이하 31.3% Δ2억~3억원 30.3% Δ3억~4억원 18.8% Δ4억~5억원 10.1%였다. 5억원 이상의 주택은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평균 주택가격은 2억9000만원이었다.
소득별로 보면 Δ2000만원 이하 39.4% Δ2000~4000만원 20.0% Δ4000~6000만원 20.7%, Δ6000~8000만원 4.7% 등이었다. 연소득 8000만원을 넘는 비율은 9.8% 수준이었다.
금융권에선 이번 안심전환대출 신청에서 소득과 주택가격 조건이 새로 생기는 등 1차 때보다 조건이 까다로웠던 만큼 커트라인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내림세인데…실제 경감 혜택 얼마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은행 가계대출 중 주담대 평균 금리는 전달보다 0.17%p 낮아진 연 2.47%를 기록하며 두달 연속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1월(3.28%)부터 10개월째 하락세를 그렸다. 한은이 빠르면 10월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담대 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의 변동금리가 안심전환대출 고정금리보다 높은 터라 당장은 대환이 유리하지만 향후 변동금리 하락폭 수준에 따라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정부는 정보만 제공할 뿐 고정금리 대환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한다”며 “미래에 금리가 더 하락해서 변동금리 상품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안심전환대출 자격 요건이 된다면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연 1%대 고정금리가 추후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고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하되지 않는 한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더 유리할 것으로 봤다.
예를 들어 대출잔액 3억원, 만기 20년, 금리 연 3.16%로 주담대를 상환하고 있는 고객이 안심전환대출로 대환시 월 상환액은 168만8000원에서 152만5000원으로 16만3000원 줄어든다. 기존 대출을 받은지 3년이 안돼 중도상환수수료(최대 1.2%)를 부담하더라도 기존 대출보다 차주에게 유리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변동금리가 안심전환대출 금리 수준으로 내려갈 확률은 낮다”며 “자격 요건이 되는 고객이라면 신청을 해놓고 추후 포기를 해도 되니 현 상황에서는 갈아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