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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빼고 완벽, 최고의 한 해 보낸 류현진

입력 | 2019-09-29 09:06:00

아시아 투수 최초 평균자책점 타이틀
개막전·올스타전 선발 투수




류현진(32·LA 다저스)이 빅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정규시즌을 기분좋게 마쳤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화려한 피날레를 선보인 류현진은 올해 정규시즌을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타이틀 홀더가 된 것은 최초고, 아시아 투수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동시에 1995년 다저스에서 뛰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기록한 아시아 투수 역대 최저 평균자책점(2.54) 기록도 다시 썼다.

또 2013, 2014년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승에 타이를 이뤘다. 소화한 이닝도 182⅔이닝으로, 2013년(192이닝)에 이어 빅리그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많다.

류현진은 올해 제구력을 앞세워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홈런의 시대였고, 투수들은 강속구로 이를 상대했다. 류현진은 구속이 그리 빠르지 않았으나 자신이 주로 던지는 포심·투심·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팔색조 투구’를 바탕으로 호성적을 거둬 유독 돋보였다.

시즌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도맡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왼쪽 어깨에 염증이 생기는 등 팀 사정상 개막전 선발을 맡게 됐다.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박찬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7년 만이었다. 박찬호는 2001년 LA 다저스,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개막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류현진은 3월29일 애리조나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야후 스포츠가 정한 개막전 선발 투수 랭킹에서 30명 가운데 19위에 머물렀으나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4월3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도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류현진은 4월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왼쪽 사타구니에 통증을 느껴 부상자명단(IL)에 올랐으나 12일 만에 털고 일어났다.

5월은 류현진이 가장 빛난 한 달이었다. 5월2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에서 8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시작으로, 5월 한 달 동안 6경기에서 5승 무패를 거뒀다. 45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3자책점을 기록해 월간 평균자책점이 0.59에 불과했다.

특히 5월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는 9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2013년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9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5월 ‘이달의 투수상’까지 품에 안았다.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이었다. 한국인 투수가 ‘이달의 투수상’을 받은 것은 1998년 다저스에서 뛰며 7월 한 달 간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05를 기록한 박찬호(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류현진의 활약은 꾸준했다. 5월20일 신시내티 레즈전(7이닝 무실점)에서 시즌 평균자책점을 1.52로 끌어내리며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이 자리를 지켰다. 또 1점대 평균자책점도 유지했다.

전반기에 나선 17경기에서 10승 2패 평균자책점 1.73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선발됐을 뿐 아니라 선발 투수로 나서는 영예까지 누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한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아시아 투수로 범위를 넓혀도 1995년 당시 다저스의 노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7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류현진은 8월 중순까지 ‘괴물’의 면모를 아낌없이 과시했다. 8월1일 목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르기는 했지만, 가벼운 부상이었다.

류현진은 8월의 첫 등판이었던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를 선보였다. 이 때까지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12승 2패 평균자책점 1.45에 불과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악몽의 8월’을 보냈다.

8월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이달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4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만 떠안았다. 19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1자책점을 기록해 평균자책점도 2.45로 치솟았다.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사이영상에서도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진이 이어지자 류현진은 절치부심했다. 보통 선발 등판을 2, 3일 앞두고 하는 불펜 투구를 하지 않던 류현진은 불펜 투구도 했다. 머리도 염색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류현진은 다시 살아났다. 15일 뉴욕 메츠전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부활을 선언한 류현진은 23일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서도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고,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화룡점정했다.

시즌 막판에는 ‘베이브 류스’의 면모도 과시했다. 23일 콜로라도전에서 빅리그 데뷔 이후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도 선제 적시타를 날리며 스스로 승리 요건을 만들었다.

류현진의 올 시즌 활약은 그의 몸 상태에 달린 물음표를 걷어내는 것이기도 했다.

2015년 왼쪽 어깨, 2016년 왼쪽 팔꿈치를 연달아 수술하며 암흑기를 보낸 류현진은 2017년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 2018년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저스와 6년 계약이 만료돼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류현진은 FA 시장에 나가는 대신 다저스로부터 받은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였다.

1년 더 다저스에서 뛰면서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 더 좋은 대우로 FA 계약을 하겠다는 계산이 담긴 선택이었다. 1년 동안 다시 시험대에 올라야했기에 어찌 보면 도전이었다.

류현진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잔부상이 있기는 했으나 류현진은 큰 부상 공백 없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 건재함을 과시, 올 겨울 FA 전망을 밝혔다.

이제 류현진의 시선은 포스트시즌을 향한다.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다음달 4일부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를 치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을 선발 투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