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라건아. 사진제공|KBL
남자 프로농구가 농구 팬들을 찾아온다. 남자 프로농구는 5개월간의 여름 나기를 마치고 10월 5일부터 2019~2020시즌 정규리그 일정에 돌입해 농구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스포츠동아는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새 시즌 눈여겨봐야 할 요소를 짚어보았다.
① 판도 쥔 외국인 선수, 누가 최고일까
국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엄청나다. 사실상 한 시즌 팀의 운명이 달린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농구 10개 구단은 각각 지난 시즌 일정을 마치기가 무섭게 외인 스카우트에 열을 올렸고, 귀화선수인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총 21명의 선수가 새 시즌 농구 팬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 외인 제도 변화가 가져올 변화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외인=센터’라는 생각을 가진 감독이 대부분이었다. 신장제한이 폐지되면서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는 센터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명의 선수를 모두 센터로 선발한 팀은 창원 LG(버논 맥클린·캐디 라랜)와 전주 KCC(리온 윌리엄스·조이 도시) 뿐이다. 정통센터 자체도 많지 않다. 대부분이 내·외곽을 겸비한 포워드다. 205㎝ 이상의 신장에 기술까지 겸비한 센터는 해외에서도 가치가 높다. 연봉제한(2인 합계 70만 달러·1인 최대 50만 달러)이 있는 국내에서는 수준급 장신센터를 선발하기 어렵다.
어설픈 실력의 빅맨보다는 신장은 좀 작더라도 득점력이 확실한 195~203㎝ 정도의 포워드가 더 실속 있다. 각 구단 감독들이 라건아를 제압할 센터를 찾다가 결국엔 너도 나도 포워드로 눈을 돌린 이유다. 인천 전자랜드와 고양 오리온은 빠른 농구에 초점을 맞추고 아예 두 명 모두 200㎝ 이하의 선수 2명으로 조합을 맞췄다.
서울 SK 워니. 사진제공|KBL
● 새로운 지배자의 탄생? 주목할 새 얼굴은?
새로움은 기대감과 설렘을 준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프로농구 팬들이 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관심이 높은 요소는 단연 새 외인의 활약 여부다. 각 구단은 4~5시즌째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는 라건아를 제압할 ‘새로운 지배자’ 찾기에 혈안이었다.
새 얼굴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선수는 서울 SK의 자밀 워니(25·200㎝)다. 워니는 지난주 마카오에서 열린 터리픽12를 통해 팬들에게 미리 선을 보였다. 센터로서 크지 않은 신장이지만, 힘과 기술을 겸비했다. 각 구단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KBL 온 센터 중 최고’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부산 KT가 선발한 바이런 멀린스(30·213㎝), 윌리 쏜튼(36·203㎝)은 모두 미국프로농구(NBA) 경력자다. 메인선수로 영입한 멀린스는 최장신인 데다 외곽슛 능력이 있어 팬들의 기대가 높다. 다만, 개막이전 연습경기에서는 기대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NBA 경력은 없지만, 꾸준히 해외리그에서 뛴 원주 DB의 칼렙 그린(34·203㎝), LG의 캐디 라랜(27·204㎝), 델로이 제임스(32·201㎝) 등은 연습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79㎝의 최단신인 조던 하워드(23·오리온)가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고 단신 테크니션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DB는 부상당한 일라이저 토마스(23·204㎝)의 대체선수로 치나누 오누아쿠(23·206㎝) 영입을 확정했다. 오누아쿠는 자유투를 허리 아래에서 위로 던지는 이른바 ‘강백호 자유투’를 구사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의 자유투는 농구 팬들로 하여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KBL 경력선수 가운데에서는 현대모비스에서 전자랜드로 이적한 섀넌 쇼터(30·186㎝)가 가장 눈여겨볼 만하다. 쇼터는 KGC, KT 등과의 연습경기에서 상대 외국선수들을 압도해 스피드 농구를 추구할 전자랜드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SK의 터줏대감 애런 헤인즈(38·199㎝), 안양 KGC의 브랜든 브라운(34·194㎝), KCC의 리온 윌리엄스(33·197㎝) 등의 기량도 여전하다. 프로농구 무대에서 매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