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교육공정성강화특위 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 김태년 위원장(왼쪽),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동아일보DB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26일 교육부가 학종 비중과 자율형사립고 및 특수목적고 출신 합격생이 많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다. 작성자는 이번 조사에 대해 “자사고·특목고 출신 뽑지 말고, 학종 때 비교과 대신 교과 영역으로만 뽑으라고 대학에 압력을 넣는 것”이라며 교육부 해산을 요구했다.
학종 실태조사 대상은 이미 대학에 합격한 2016∼2019학번이다. 그러나 고3 학부모들이 더 떨고 있다. 실태조사의 후폭풍이 올해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2020학년도 입시는 이달 초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한창 진행 중이다. 자녀가 한 대학 학종에 지원했다는 학부모 A 씨는 “학종으로 대학 가려고 3년 동안 잠도 줄여가며 전공 적합성에 맞는 여러 활동을 했다”며 “갑작스러운 조사로 이런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대입이 한참 남은 중2 학부모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11월 발표할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중 하나로 학생부 비교과영역과 자기소개서 폐지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2024학년도 대입부터 학종은 내신 중심의 학생부 교과전형과 비슷해진다는 게 학부모들 생각이다. 학종에 부담을 느낀 대학이 알아서 학생부 교과전형을 늘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교육특구’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도 술렁거린다. 학부모 C 씨는 “아무래도 내신이 불리한 동네 아니냐. 고교 진학 전에 대치동을 떠나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입시제도를 바람직하게 개선하는 건 좋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정성을 의심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제도를 편법으로 이용한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그 제도를 믿고 몇 년씩 준비해온 학생들은 후유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많은 학부모들이 “한 사람 때문에 모든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