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 의원 손에 들려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 관련 내부고발자 문건. 워낙 중요한 문건이다 보니 밑줄 긋고 부연 설명을 빼곡히 쓴 자국 으로 가득하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의 도화선이 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바로 그런 글입니다. 9장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내용도 중요하거니와 스타일도 훌륭합니다.
△“This had to be the best composed, best written, best documented complaint I‘ve ever seen.”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이 CNN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국가기밀과 관련된 모든 내부고발자 문건은 DNI에게 보고됩니다. 그가 7년 동안 DNI를 맡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발장을 봤겠습니까. 그는 이번 문건을 두고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글의) 구성이 잘 돼 있고, 가장 잘 썼고, 가장 사실관계가 잘 기록된 문건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합니다.
고발장은 첫 문장부터 핵심을 치고 들어갑니다. “긴급한 관심을 요하는 보고를 하겠다”는 문구를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백악관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Get right to’는 ‘곧바로 가다’라는 뜻으로 right는 생략 가능합니다. ‘The heart of the matter(사건의 본질)’ 대신 짧게 ‘the point(요점)’라고 더 많이 씁니다.
△The whistleblower uses active verbs.
한국말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문장의 주체에 대해 자신이 없거나 숨기고 싶을 때 우리는 수동태를 써서 살짝 넘어갑니다. 반면 이 문건에서는 능동태 문장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White House officials intervened to lock down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백악관 관리들이 모든 전화통화 기록 제거에 나섰다)’라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반면 이것을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 were locked down’이라는 수동형으로 썼다면 참 밋밋했겠지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