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이뿐인가? 잎은 또 ‘최소 비용 최대 효과’라는 경제 원리를 구현하고 있다.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많은 잎을 만들려면 얇으면서도 질겨야 한다. 얇으면서도 질긴 잎? 이거야말로 모순 아닌가? 식물은 여기서도 적절한 해법을 찾아냈다. 가느다란 잎맥을 만들어 강도를 높이고 가능한 한 수평으로 위치하기로 한 것이다. 최대 위기인 바람이 주로 수평으로 불기도 하거니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인 까닭이다. 그래서 잎들은 세로로는 쉽게 찢기지만 가로로는 잘 찢기지 않는다. 세상 모든 걸 날려버릴 듯 부는 거친 태풍도 여린 잎 하나를 떨구지 못한다. 나뭇잎 하나, 풀잎 한 장도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것이다.
살아있는 것들이 가진 모양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면 요즘 같은 가을에 주렁주렁 열리는 과일도 그럴까? 과일은 왜 다들 둥글까?
우리도 살아가면서 어떤 모양을 만든다. 표정이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만든다. 둥글둥글한 사람도 있고 모가 난 사람도 있고 뾰족한 가시 같은 사람도 있다. 둥글둥글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모가 났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 맞는 모양을 가지고 있느냐, 또는 자신이 가진 모양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있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 돌담을 쌓을 때 둥글둥글한 돌만 있으면 담을 쌓을 수 없다. 담을 쌓을 땐 모난 돌이 제격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모양이고, 어떤 모양을 만들고 있을까? 내 모양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있을까?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