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도서전서 문학세미나
한강 작가(오른쪽)는 세미나에서 흰색에 대해 “슬픔, 삶, 죽음도 있고 소슬함이 있는 바랜 느낌이 있는 하얀색”이라고 표현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20세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많은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한강 작가(49)가 27일(현지 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도서전’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세미나는 ‘사회역사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강 작가와 진은영 시인(49)이 스웨덴 저널리스트, 시인과 대담을 진행했다. 한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은 스웨덴에서 출간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작가는 “6·25전쟁, 5·18민주화운동, 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 바르샤바에 가해진 폭격까지…. 가깝게는 2014년 봄 한국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비극적 사건이 있었는데 애도조차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진 시인도 “세월호 사건으로 상처를 겪은 청소년, 유가족을 위한 시를 집필하는 과정에는 용기가 필요했다”고 했다.
‘흰’을 낭독하는 시간에 청중은 ‘낭독을 더 원한다’는 취지로 “Yes! Yes!”라고 외치며 그의 음성을 한마디라도 더 귀에 담길 원했다.
스웨덴 진행자가 ‘흰’과 관련해 “고통, 상처가 한강 작가의 시작인 것 같다”고 하자 한 작가는 “저는 그냥 썼을 뿐인데 만약 책에서 고통이 느껴졌다면 제가 느끼는 삶의 핵심에 고통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흰’에 수록된 글 65편 가운데 몇 편을 더 낭독하자 청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스웨덴에서 출간된 한 작가의 책 3권의 편집을 맡은 니나 아이뎀 씨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어떤 책도 따라가지 못하는 ‘오리지널’이다. 그의 다른 저서와 다른 한국 작가의 작품도 출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테보리=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