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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꼴찌가 정상으로… ‘두바퀴’는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

입력 | 2019-09-30 03:00:00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우승 권대영
첫날 1위 윤중헌과 기록 같았지만 최종일 성적 앞서 ‘옐로저지’ 행운
“1년간 업무-수면시간 빼곤 페달”




권대영(앞)이 29일 강원 삼척에서 끝난 2019 투르 드 코리아(TDK) 스페셜 3구간에서 3위로 골인하며 온몸으로 환호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권대영은 1∼3구간 합계 5시간51분59초로 개인종합 1위 선수가 입는 ‘옐로 저지’의 주인공이 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팀을 돕는 게 목표였는데 개인종합 우승까지 하다니 얼떨떨하네요. 힘들게 함께 달린 형들, 동생들 모두가 챔피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대영(33·탑 스피드R)이 마스터스 사이클 최고수에 등극했다. 권대영은 29일 강원 삼척에서 끝난 ‘투르 드 코리아(TDK) 스페셜 2019’에서 1∼3구간 합계 5시간51분59초로 개인종합 1위에 올랐다.

행운이 따랐다. 출발 전까지 권대영은 1, 2구간 합계 3시간7분42초로 개인종합 3위였다. 1위이자 팀 동료인 박종일(31)과는 14초 차, 2위인 윤중헌(28·팀 수티스미스펠트)과는 4초 차였던 그는 3구간을 김남형(브레이브1), 손만수(와츠 레이싱)에 이어 3위로 들어왔다. 박종일, 윤중헌과 같은 시간(2시간44분21초)이라 3위가 얻는 보너스 타임 4초를 적용해도 박종일을 넘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박종일은 규정 위반으로 페널티 5분을 받으면서 순위권에서 멀어졌고, 4초 차였던 윤중헌과 같은 시간이 됐다. 이럴 땐 각 구간 순위를 합쳐 우열을 가리는데 둘은 이마저도 ‘9’로 똑같았다. 권대영은 1∼3구간 4·2·3위, 윤중헌은 1·3·5위였다. 이 경우 최종 구간에서 앞선 선수가 앞 순위라는 대회 규정이 두 선수의 희비를 갈랐다. TDK 조직위원회는 “시간과 순위까지 같은 경우는 엘리트 대회에서도 보기 힘들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일은 이날 고장이 난 자전거 교체 과정에서 다른 팀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기는 바람에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 아쉽게 두 번째 옐로 저지를 놓친 2017년 우승자 윤중헌은 산악왕에 올랐고, 만 26세 미만 1위가 입는 화이트 저지는 강병헌(20·레드사이클링 스캇)에게 돌아갔다.

2012년 취미로 사이클을 시작한 권대영이 이번 대회 팀 우승을 차지한 탑 스피드에 합류한 것은 2015년. 그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친구 김민수 씨가 “정말 재미있는데 한번 해 볼래”라며 권유한 게 계기였다. 지난해 처음 참가 자격을 얻어 ‘꿈의 무대’에 나섰지만 최하위권에 그쳤던 그는 “대회가 끝난 뒤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다. 직장(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시간과 집에서 잠자는 시간을 빼곤 페달을 밟았다”고 말했다.

흘린 땀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권대영은 올해 열린 6차례 예선을 전체 1위로 마쳤다. 이 대회는 랭킹 300위까지만 참가할 수 있다. 예선 1위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번째 출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권대영은 “팀 동료 박종일의 옐로 저지를 지켜 주려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 내년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페달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척=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