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출신으로 2015년 탈북해 서울에서 냉면집을 하는 문연희 씨(28)에게 “옥류관 냉면이 최고예요?”라고 물으니 “단체관광객이나 가는 식당”이라면서 “평양 사람들은 ‘달러 받는 식당’에 간다”고 답하더군요. “평양에서 냉면 값은 얼마나 해요”라고 묻자 곧바로 “4달러”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2017년 탈북해 올해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정시우 씨(28)는 평양에서 탁구장, 휴대전화 판매 사업을 했습니다. 북한에서의 사업 경험에 대해 묻자 그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달러’ 단위를 사용해 설명하더군요. 요새 누가 북한 돈을 쓰냐는 겁니다.
정 씨는 “주체사상? 물 건너갔다”면서 “평양은 돈이 돈을 버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 주민의 신심(信心)이 수령에서 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돈은 ‘달러’입니다. “수령님, 원수님보다 더 위대한 것이 달러화”라는 말도 있답니다.
북한 화폐 단위는 ‘원’인데요. 평양 사람들은 ‘원’보다 ‘달러’에 몸 달아 합니다. 일상에서도 원화가 아닌 달러를 사용하고요. 그렇다보니 원화는 애물단지 취급 받습니다. 2016년 홍콩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딴 후 탈북한 리정렬 군(21)의 말입니다.
“북한 돈도 쓰긴 하는데 ‘무거워서’ 못써요. 100달러면 북한 돈으로 80만 원인데, 최고액권인 5000원 권으로도 160장입니다. 그걸 어떻게 들고 다녀요. 못 들고 다니죠. 지갑이 아닌 가방에 넣어야 해요.”
북한 원화가 천덕꾸러기가 된 건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서인데요. 2009년 화폐개혁 때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바꾸면서 1인당 교환 한도를 10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10만 원 넘는 돈은 휴지조각이 돼버린 겁니다.
평양에서 만들어진 ‘원화’를 직접 보여드리며 이야기 나누는 ‘평양 언박싱’ 2화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