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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日, 수출규제에도 ‘금융 보복’은 안해

입력 | 2019-10-01 03:00:00

일본계銀, 2조 전액 만기연장
캐피털도 8월 56건중 1건만 회수
금융흐름 안정… 관계회복 희망적




7월 초 발표된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본계 금융회사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금융 보복’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대한 금융 보복의 실익이 크지 않은 데다 일본계 금융사들도 초저금리 상태인 본국에 비해 한국에서 영업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금융 부문이나마 정상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이 향후 양국 관계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 방침이 나온 7월부터 8월 말까지 일본계 은행 4곳에 국내 기업이 만기연장을 신청한 여신은 2조321억 원(180건)이었다. 이 여신은 모두 만기연장에 성공했다. 올 1∼8월 만기연장을 신청한 기업여신 전체의 39%가 7, 8월 중 만기를 맞았지만 대출 회수는 없었던 것이다.

7, 8월 업종별 만기연장 신청액은 도매·소매업이 1조3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6728억 원), 금융·보험업(2720억 원),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400억 원),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290억 원) 등의 순이었다.

서민 자금이 집중된 일본계 캐피털사와 대부업체 등 2금융권에서도 7, 8월 이상 징후는 없었다. 캐피털사 3곳 중 1곳에서만 8월 만기신청 요청 56건 중 1건(6000만 원)이 거부된 정도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의 만기연장 요청도 전액 연장됐다.

일본계 저축은행 4곳은 금감원 측에 “7 ,8월 일부 만기연장이 거절된 건이 있으나, 모두 개인회생 및 파산, 연체 등 대출자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며 “올해 1∼6월 거절 빈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수출규제 이후에도 만기연장에 차질이 없었던 것은 은행권의 경우 대출받은 기업들이 주로 대기업이라 신용도가 좋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계 금융사들은 워낙 초저금리인 일본보다 한국 영업을 선호해 만기연장에 협조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긴장이 계속되는데도 돈이 제대로 흐른다는 점은 향후 관계 개선에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