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전략 ‘CASE’ 어디까지 왔나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유력 소프트웨어(SW) 업체와 합작회사를 세워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평가다. 미래자동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른바 ‘CASE(Connected·연결, Autonomous·자율주행, Shared·공유, Electric·전기)’ 중 공유 분야를 제외하면 대규모 투자나 외부 협업으로 주요 전략의 뼈대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연결 분야에서는 2016년부터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시스코와 차량 내 통신망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고, 전기 쪽에서는 올해 유럽 내 고성능 전기차 업체와 초고속 충전 기업에 각각 지분 투자를 진행하면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영조 사장이 이끄는 전략기술본부를 중심으로 해외 승차 공유 업체에 투자해 왔다. 올해 3월 승차 공유 업체인 그랩(동남아시아)에 2843억 원을 투자해 지분 1.41%를 확보한 데 이어 5월에는 올라(인도)에 3384억 원을 투자했다. 올라의 기업가치가 약 7조 원임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의 보유 지분은 5% 미만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경쟁 업체인 도요타와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그랩, 올라, 미국 우버와 같은 글로벌 승차 공유 업체의 대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는 이들 승차 공유 플랫폼에 차량을 대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지분이 미미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그랩이나 올라와 높은 수준의 협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자구책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연대해 자체 승차 공유 플랫폼을 육성하거나 국내 대형 모빌리티 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택시회사를 인수한 뒤 직접 기사를 고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에 6월 50억 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 사례다.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지 않은 스타트업을 통해 국내 승차 공유 시장에 첫발을 내민 셈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사업 초기 단계의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 투자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자체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나 쏘카 등 기존 국내 대형 모빌리티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는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과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