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HUG 사장 인터뷰 “분양보증심사 경쟁체제 도입땐 전세금 반환 등 공적기능 약화 우려 도시재생 뉴딜에 시드머니 제공… 美-유럽 모델 적극 수용할 것”
지난달 26일 만난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민간 금융 전문가 출신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HUG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기반)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 집무실에서 만난 이재광 HUG 사장(57)은 현 분양가 심사 방식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민간택지로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는 기본 취지에 동의했다.
HUG는 분양가 심사 권한 때문에 늘 부동산 시장의 중심에 있다. 상반기에는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집값 안정의 타깃으로 삼으면서 HUG의 분양보증심사 제도가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올해 8월 기준 20조 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급증한 전세금반환보증 사업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HUG가 높은 분양가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만약 분양 당시보다 부동산 시세가 하락한다면 2, 3년 뒤 아파트 입주 때 입주 취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위험을 HUG가 현재의 분양가를 조정해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보증심사 과정에서 HUG와 협의가 지연되면서 근래 들어 주택 관련 보증 업무를 HUG만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최근 HUG는 전세금반환보증, 도시재생 뉴딜 기금 등 공적 성격이 강한 사업 분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분양보증심사에서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 이런 공적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HUG는 전세금반환보증을 주거복지의 일환으로 보고 집주인 동의 절차를 폐지하고 취약계층에게는 보증료를 할인하는 등 보증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10월부터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보증 신청부터 발급까지 전 과정을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는 “전세금반환보증은 서민들의 전세금을 지켜주지만 수익은 거의 나지 않는 사업”이라며 “대형 시공사, 시행사 등에서 받은 수수료 수익이 전세금반환보증을 교차 보전해 주는 상황인데 민간에서 돈이 되지 않는 전세금반환보증이나 리스크가 큰 중소 건설사 보증을 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사장은 “전세금반환보증이 지난해부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걱정될 정도인데, 사람들이 집값이 하락할까 불안해하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고 본다”며 “서울 등 일부 지역은 계속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방과 서울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7년 6.43%였던 반환보증 가입률은 1년 만인 2018년 10.5%로 두 배 가까이로 올랐고 올해 2분기(4∼6월) 기준 가입률은 14.82%까지 올랐다.
HUG의 해외 진출도 민간 금융 전문가 출신으로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이 풍부한 그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이다. 이 사장은 “미리 돈을 받아 주택을 지은 뒤 입주하는 우리나라의 선분양 제도는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주택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인도네시아가 최근 주택 500만 호 공급 정책을 발표하는 등 동남아, 중남미 등에 주택 공급이 시급한 나라들이 많은데 이들이 우리의 선분양 제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금융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회사의 존재 이유인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부동산과 금융을 아우르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