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를 전수조사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가 민간공동특별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도 전수조사 실시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자세다. 모처럼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특권층 비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결과다.
하지만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어제 열린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를 보면 전수조사는 ‘조국 사태’의 연장선에서 정치적 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조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이후에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입시비리 전수조사는 별개라는 자세다. 한쪽은 ‘조국 사태’를 키우는 불쏘시개로, 반대편은 ‘물 타기’ 용도로 전수조사를 이용하려 할 뿐 국민의 분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 주도의 조사 방식이 의원들에게 ‘셀프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의원 자녀들의 대학 입학 시점 등이 천차만별이고, 대부분 대학이 오래된 입시자료를 보관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 대상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외국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해당 대학이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 파악에 필요한 자료 확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실정을 모를 리 없는 여야가 ‘국민이 원하니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진정성도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전수조사를 꺼내든 것은 무책임하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음성적으로 특권·특혜를 누린 의원들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일회성 조사보다는 불공정과 특혜를 근절할 근본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총선 당선자들에게 자녀의 입시, 취업, 병역 기록을 자진 신고토록 하고 검증하는 걸 제도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조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자 일회성 전수조사로 생색만 내고 넘어가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