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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라”→“지시한다”… 文대통령, 檢압박 수위 사흘새 더 세져

입력 | 2019-10-01 03:00:00

[조국 의혹 파문]檢에 잇따라 경고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합니다”라고 ‘공개 지시’를 내린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내는 고강도 경고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제공

“검찰 개혁에 관하여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입니다. 따라서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달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시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칼날을 겨눈 조 장관을 통해 검찰 개혁이 미흡하다면서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윤 총장을 향한 문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는 미국 뉴욕 방문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달 27일에 이어 두 번째. 일각에선 검찰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날 메시지가 윤 총장을 향한 문 대통령의 ‘마지막 경고’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검찰도 정부 기관”, 나흘 동안 두 번 경고한 文

문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부터 35분간 조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뉴욕을 방문하고 귀국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검찰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며 검찰을 향해 보낸 첫 번째 메시지에 비해 경고의 수위가 훨씬 높아졌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윤 총장이 입장문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지난달 29일 윤 총장은 대검찰청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겠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런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 왔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지시 거부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대체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혁 요구에 대한 검찰의 성찰을 당부한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검찰은 하던 대로 하겠다’며 특별대우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공개 지시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수사 독립성을 해친다는 논란 때문에 역대 대통령은 법무부 외청장인 검찰총장에 대한 공개 지시에 거리를 뒀다. 결국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수사 독립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검찰 역시 행정부 조직의 하나로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못 박으려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 기관”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검찰 개혁 속도전으로 ‘조국 사태’ 반전 시도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 동안 메시지를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나흘 동안 두 차례 직접 검찰에 경고를 보낸 것은 주말 촛불집회를 계기로 수세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검찰이 조 장관 부인 소환조사에 나서는 등 ‘조국 사태’ 분기점을 앞두고 지지층의 결집을 확인한 만큼 직접 검찰 개혁 속도전에 나서 정국 반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이 건의한 대검찰청 감찰본부장과 사무국장 인사를 수용하면서 앞으로 검찰 인사권 행사를 통해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봐도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은 두 번 강조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통령령 개정 등으로도 검찰 개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수사 관행, 조직문화에 대해선 검찰이 앞장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윤 총장 낙마 가능성엔 일단 거리를 뒀다. 여권 관계자는 “인권 침해적 수사 관행과 특혜, 과도한 정보 수집 기능 등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라는 것”이라며 “윤 총장의 거취는 자체 개혁안을 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조 장관 관련 수사와 검찰총장 거취를 연계하면서 윤 총장 흔들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만약 조 장관 부인 기소가 현실화되면 지난주보다 2배가 넘는 촛불이 모여 검찰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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