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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눈치껏 수사하지 왜 그러셨습니까”

입력 | 2019-10-01 03:00:00

현직 검사 내부통신망에 풍자 글… 윤석열 총장 원망 형식 與-조국 비꼬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눈치껏 수사했으면 이리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텐데….”

윤석열 검찰총장을 질책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편드는 듯한 평검사의 글이 30일 검찰 내부에서 회자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소속 장진영 검사(40·사법연수원 36기)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총장에게 책임을 따져 묻는 형식이지만 글 내용을 보면 검찰을 공격하는 정치권과 조 장관을 조목조목 비틀어 비판했다.

장 검사는 윤 총장에게 “파격 인사로 총장에 올랐음에도 은혜를 모르냐”며 “아무리 정치적 이해타산을 하지 않는다 해도 지지율 높은 여당과 내통하지, 왜 야당과 내통하냐”고 물었다.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에서 검사와 부적절한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검찰과 야당의 내통으로 비난하는 여권을 비꼰 것이다.

특히 조 장관을 두고 “당신과 직접 관련되는 수사를 겪으시고 나서야 특수 수사의 축소 내지 폐지를 주장하셨다”면서 “틀림없이 총장이 모르는 검찰 개혁을 위한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신 분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지난주 검찰에 성찰을 요구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직접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여권이 총동원되다시피 하여 검찰 수사를 비난하고, 장관이라고 밝히시며 수사검사에게 전화하시는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실현 불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시는 분이심에도 검찰 개혁의 가장 적임자라 한다”는 것이다.

장 검사는 “그래도 총장님 덕분에 잘된 것도 있다”며 “덕분에 앞으로 후배 검사들은 살아있는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꼬집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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